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daB Jan 22. 2023

시시함 속에서

1984

1984


 1991년 8살,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1997년 2월,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꼬맹이로 입학해 예비 중학생이 되기까지 6년간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정작 졸업할 때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았다. 그때의 우리는 어안이 벙벙하게 무척 서운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선배들의 놀림도 받았었다. '초등학교가 뭐냐며~'


어른이 되고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하고 종종 느끼게 된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국민학교 세대인지 초등학교 세대인지 농처럼 구분 지을 때 말이다.

그렇다. 내가 바로'국초딩세대'이다.

 그 초등학생은 2023년 어느덧 불혹이 되었다. 아직 나는 준비되지 않았는데.. 시간은 짤이 없다. 어제가 30대의 시작 같은데 현실은 40대에 접어들라고 한다. 삶을 차곡차곡 살지 못하고 꾸역꾸역 살아온 나날이 떠올라 아쉽고 후회스럽기도 하다. 아직 내 앞자리 나이에 4자를 붙이는 건 어색하고 받아들이기 싫었던 차!


 2023년 6월부터 만 나이가 도입된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받은 약봉지에 적혀있던 나이 말이다. 그럼 나는 38살로 리셋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제도다. 어쩌면 진작에 도입되었어야 하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외국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계산법이기도 했고 빠른 85 같이 나이 계산으로 지인들 족보가 꼬이는 일은 이제 줄어들게 될 것이다.

1984년생으로 태어나 살아보니 두 번의 해프닝 같은 제도를 겪게 되었다. 만 나이는 전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불혹에겐 조금 더 반가운 소식 같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지만 나라가 결정한 제도는 나이정도는 돌리는 게 가능했다. 생일도 느린 나는 2년을 벌었다는 기분으로 살게 되었다. 땡큐!


작가의 이전글 시시함 속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