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덜 가지는 것
내가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식이 있기 때문에. 지구를 사랑한다거나 모든 인간에게 이롭길 바라는 관대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딸이 며칠이라도 쾌적한 지구에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에어컨을 틀지 않고 더위를 참으면 마늘이가 폭염을 1초라도 덜 겪을 거야.', '빨대를 쓰지 않으면 미세 플라스틱에 조금이라도 덜 노출될 거야.' 등과 같은 마음으로 실천한다. 기후 위기로 인하여 줄어드는 내 아이의 수명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살아오며 버리고 무분별하게 사용한 에너지들이 업이 되어 자식에게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은 죄가 없다. 우리는 관심도 없던 탄소발자국 줄이기를 유치원에서 배워오고 태어나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써야 한다. 우리가 누린 편리함으로 인해 다음 세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기후 위기가 인간에게 위협이라고 하는데 나는 모든 인간보다 눈앞의 자식이 소중하게 때문에 두렵고 불안하다.
제로웨이스트는 결국 덜 가지는 것이다. 애초에 덜 가지면 비울 것도 없다. 이왕 소비할 거라면 오래도록 쓸 것을 사고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욕심부리지 말자. 우린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버린 쓰레기를 다음 세대에게 비우라고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아이들은 국가에 기후 재난으로 인한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고 있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미래 세대의 권리를 어른들이 되돌려주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딸기를 좋아하는 마늘이가 내년, 5년, 10년 뒤에도 싱싱한 딸기를 먹을 수 있기를. 딸이 성인이 되어 남편과 둘이 갔던 신혼여행지를 우리 셋이 함께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