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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Aug 28. 2024

이사

7년 만의 이별

가까운 엄마 집 대신에 일찍 귀가하는 남편을 선택한 나는 30여 년간의 인천 생활을 접고 용인으로 이사 왔다. 마늘이가 태어난 지 6개월 정도 됐을 때였다. 어린아이를 엄마한테 맡겨두고 이사 올 집을 보러 왔던 기억이 난다. 저녁이었고 그 집은 정리가 안 되어있어서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러 군데 알아볼 여력이 안되어 그냥 계약했다. 이삿날에도 난리부르스였지. 입주청소를 하려고 이사 전날 용인을 와서 집을 봤는데 도배를 해주기로 했던 집주인이 멋대로 페인트칠을 해놓은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우리와 입주청소 업체 직원들은 벙쪘고 집주인에게 전화로 따져 다시 도배를 해주기로 했지만 불러놓은 청소는 뒤로 미루고 도배 후 짐이 들어온 상태에서 청소를 하게 된 바람에 돈이 더 나갔다. 게다가 집주인이 돈을 아끼겠다고 본인들이 직접 도배를 해놔서 벽은 엉망진창이었다. 마늘이 방은 우리가 다시 도배를 하고 끝이 났더랬다. 아… 이삿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이사 왔지만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시댁에서 지낸 일주일의 추억.


이렇게 시작된 집과의 추억이 다음 달에 끝난다. 비록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지만 우린 7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워낙에 이렇다 저렇다 불만이 없는 우리 부부는 불편한 게 있어도 감수하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버렸다. 그렇게 살 동안 집주인은 세 번 바뀌었고 중간에 우리에게 매매를 권하기도 했지만 오래 살았을지언정 갖고 싶은 집이 아니었기에 계약 연장만 하다 드디어 내 집 장만에 성공하여 두 달 뒤 이사를 간다. 내 집 장만이라는 말이 겸연쩍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당당히 내 집이오!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많은 부분이 은행의 도움으로 이뤄져 있어서 그렇다.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기도 했고. 


만 7세인 마늘이는 평생 동안 지금의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 집이 좋고 이사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 근데 너 막상 가면 좋아서 눈물 날 걸. 순대 국밥집을 가도 깔끔한 인테리어의 식당을 고수하는 너인데. 새 집은 오죽할까. 비록 넓진 않아도 우리 셋이 살기에 충분하고 대신 거긴 집 바로 앞에 큰 놀이터도 있어 짜슥아. 끌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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