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잠을 못 자면 입술이나 콧구멍에 포진이 생긴다. 저번달부터 여러 차례 건강이 안 좋더니 결국 코에 포진이 생겼다. 오늘 아침에 보니 딱지가 생겨 더 지저분해 보이길래 한숨을 쉬며 마늘이에게 말했다.
“마늘아, 이번 주에 참여수업 때문에 학교 가야 하는데 엄마 코 때문에 창피하면 어떡해?”
“… (응시)”
“그게 왜 창피하냐는듯한 표정이네?”
“응 맞아. 창피하면 밴드를 붙이면 되지”
“응… 마스크 쓰려고…”
참으로 뻘쭘했더랬다. 내 질문에 마늘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건 창피할 일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조용히 나를 응시했다. 내가 아이에게 편견을 심어주는 순간이었다. 어린이의 순수함에 때를 묻히는 좋지 않은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 기분은 마늘이를 등교시키고 달리기를 하는데도 계속됐다. 달리기를 하며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어떤 편견을 계속 심어주고 있었을까 떠올렸다.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 타고난 기질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이건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더욱이 드러나게 된다. 학교는 아이들이 시작하는 첫 사회생활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성격이 확실히 보이더라. 나도 몰랐던 마늘이의 모습이 교실 안에서 보이기도 한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하면 내 입에서 “마늘이 가요?”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허허허
마늘이는 나를 참 좋아한다.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게 대수인가 싶지만 내가 하는 것들을 본인 취향으로 만들 만큼 엄마를 잘 따른다. 그리고 나도 마늘이랑 노는 게 재밌다. 나도 용용이도 취향이 어른스러운 게 아니라서 같이 포켓몬고를 하며 에버랜드를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집에서 셋이 옛날 오락기를 하며 과자를 집어먹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마늘이가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길 기다리고 있다. 내가 god를 좋아했듯이 마늘이도 언젠가는 가수에 빠져들 때가 꼭 올 것이다. 그럼 같이 콘서트에 가는 것이 남편과 나의 목표다. 그리고 유독 마늘이는 나의 취향을 곧잘 자기 취향으로 만드는데 이건 나에게 너무나 감사한 점이다. 내가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니 자기도 그걸 취향으로 받아들였다. 집 근처 새로 생긴 스타벅스에 가보자고 하거나 여유시간이 생기면 “음… 그럼 카페에 가서 차 한잔할까?” 이런 말을 한다. 어머 얘 그럼 난 너무 좋지. 박물관, 전시회에 데려가고 조용히 즐길 줄 알고 엄마 아빠 따라 야구장에 가면 본인이 가장 즐긴다. 나는 마늘이랑 노는 게 정말 재밌다. 나랑 취향이 잘 맞는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내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