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F
어제 자기 직전 갑자기 마늘이가 “엄마 긴장돼. 떨리고 두려워.”라고 하는데 나도 덩달아 긴장됐다. 하지만 티 내지 않고 “연습한 데로 천천히 하면 돼. 당연히 떨리지. 마늘이 말고 다른 친구들 모두 긴장하고 있을 거야. 근데 엄마는 마늘이가 잘할 거라고 믿어.” 책으로 학습된 공감과 격려의 말을 아이에게 쏟아냈다. 그대로 아이는 잠들었고 나는 아침 일찍 눈이 떠져서 미리 세팅 해놓은대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은 반 친구 엄마들과 만나 같이 들어갔더니 교실 밖 복도에 학부모들이 모여있었다. 다들 설레는 표정으로 자기 아이를 찾아 인사하고 있었다. 나도 마늘이를 찾아 교실 안을 두리번 거렸고 발표 순서가 빠른 마늘이는 맨 앞줄에 앉아 나를 찾고 있었다.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뭉클하다. 언제 저렇게 커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지 싶다.
초등학교 1학년은 당연히 정신없다. 질서가 지켜지기 어렵고 자기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눈빛에 눈물이 나기도 한다. 어리숙한 그런 모습들이 당연하다. 맨 앞줄에 앉은키도 크고 목소리도 큰 마늘이는 연신 발표하러 나온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한다. 인사해야지. 칠판 끌고 나올 땐 다리를 잡고 끌어야지. 여기 서야지. 어찌나 다양하게 지적을 하던지. 발표자 바로 앞이라 눈에 띄어서 퀴즈도 많이 맞혔다. 공평하게 골라달라는 선생님의 애처로운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 저 아이 집이나 학교나 똑같네. 학교가 편한가 보다 싶어서 마음이 놓였다.
마지막에는 부모님에게 들려주는 노래를 불렀는데 마늘이가 엄마 목소리 오디션에서 뽑혀서 노래 중간 엄마 내레이션을 맡았다. 내 아이가 들려주는 엄마의 마음이라니 어떻게 눈물을 안 흘릴 수 있죠? 한 손에는 동영상 촬영 중인 핸드폰을 들고 한 손은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지고 있었다. 그러다 마늘이가 내레이션을 끝내고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빨개진 내 눈을 보더니 같이 눈물을 흘린다. 후엥 노래를 마친 뒤 각자의 부모에게 다가가 안아주고 바로 앞에서 노래의 마지막을 들려주는데 하… 감동… 기특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러운 내 아이. 사랑 그 자체. 가장 소중한 보물. 아이가 없었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감정들을 알게 해준 내 딸. 무탈히 잘 자라고 있어주어 너무 고마워.
집에 와서 찍은 모든 영상을 용용이에게 보냈다. 몇 분 뒤 영상통화가 걸려왔는데 그의 눈도 빨갛다. 우린 모두 F. 감정형 인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