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onda
월간ㅇㅇ의 대면 모임 날 그동안 썼던 글로 이뤄진 작은 책을 받았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고 약간의 돈을 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과 내 글이 있는 책을 실물로 보는 건 기분이 아주 달랐다. 앞표지에 내가 지은 제목이 있고 밑에는 내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진짜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고취된 기분을 가득 안은 채 당장 필명을 정했다. 그 이름을 토대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이미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었지만 브랜드화하려면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이 나으니까 일단 만들었다. 어떤 식으로 글을 올릴지 고민이 되었지만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디를 생성했다. 그리고 바로 프로필 등록도 했다.
어떤 일이든 너무 깊게 생각 말고 바로 킵고잉 해야 한다. 그래야 일이 진행된다. 고민이 시작되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될 일도 그르치거나 최악엔 아무것도 안 하게 된다. 그냥 바로바로 킵고잉 오케이? 내가 살아오며 느낀 인생의 진리다. 사실 인스타그램까지는 과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일단 만들어보고 아닌 거 같으면 지우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안 하고 하는 후회보단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경험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나의 능력치를 올려줄 것이다.
온다는 글을 읽다 끝맺음 말로 있던 문구이다. 온다 온다.. 따뜻하다 온 많을 다. 영어로는 come.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다양하게 해석이 되는 점이 마음에 들고 온다 뒤에 내 이름을 붙이면 온다진이가 된다. 다진이. 내가 지은 딸 이름이다. 그녀의 별명은 다진마늘. 내가 딸을 마늘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건 아빠가 지었다. 그녀의 첫 별명이기도 하다. 다진마늘.
나의 또 다른 부캐가 된 온다. 내가 필명을 정하게 될 줄 작년의 나는 알았을까? 인생 한 치 앞도 모른다더니... 앞으로 온다라는 이름으로 나아갈 새로운 세계가 궁금하다. 나는 과연 이 이름으로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