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
인생을 살아가며 내가 머릿속으로 가장 많이 되뇌는 말은 책임이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 전에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컸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책임으로 바뀌었다.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내가 세상에 나오면서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형제, 친척 모두 그렇다. 하지만 나의 선택으로 가족이 된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배우자와 자녀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가족이다. 나와 백년해로할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결정했고 우리 둘을 닮은 아이를 낳기로 함께 결정했다. 그래서 나에게 현재 일 순위는 단연 남편과 아이다. 그중에도 마늘이는 나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안겨주는 존재이다. 우리가 선택해서 세상에 나오게 된 미성숙한 인간.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깊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도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마늘이를 위해 더 열심히 움직인다. 더군다나 엄마를 좋아하고 따라 하는 딸이라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의 역할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한다. 예를 들면 달리기를 꾸준히 해서 마라톤에 참가하는 모습, 치장하는 것에 과하게 열정과 시간을 쏟지 않는 모습, 주방에서 남편과 함께 요리하고 틈틈이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아이를 붙잡아 앉혀놓고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일부분뿐이다. 아이는 생활 전반에 깔린 부모의 행동을 보고 익힌다. 아이를 매우 사랑하지만 적당한 관심만을 보이고 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과한 관심은 오히려 아이를 엇나가게 한다. 뭐든 적당히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아이를 올바른 아이로 자라게 해주고 싶다. 아이에 대한 교육 열정이 올라갈 때 책이나 교육 영상을 보고 내 머리를 환기하며 나를 다독인다. 물론 육아는 매번 나의 예상과 빗나가기 때문에 앞날이 어떨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마늘이와 우리는 잘해내고 있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도 걱정되지 않는다. 나도 남편도 지금대로 우리가 선택한 결정에 책임감 있게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