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왕이…
점심을 집에서 혼자 해결하기 때문에 밥 메이트가 필요하다. 밥 친구가 필요할 때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존하는데 어제는 이산과 성덕임의 이야기가 떴다. 유명한 한국사 선생님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에게 강의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서진의 이산, 이준호의 이산도 보지 않았기에 방송 내용에 호기심이 생겨 그 유튜브 영상을 간택하였다. 주된 내용은 둘의 러브스토리인데 정조의 기록에 따른 이야기 전개였기에 정조의 애절한 짝사랑 일지 느낌이었다. 성덕임이 이산의 후궁이 되는 것을 두 번 거절했고 이산은 오랜 시간 덕임을 기다렸다는 그런 내용이다.
조선시대 이야기고 궁녀였던 성덕임은 왕의 여자(혜경궁 홍씨의 나인이었지만)이기에 왕의 요청을 거절한 것만으로도 그 시대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덕임이는 어땠을까? 어린 시절부터 총명하고 어진 아이라 혜경궁 홍씨가 궁으로 데리고 들어갈 정도였다. 필사하는 게 취미였고 궁녀 일도 곧잘 하여 소문이 자자했단다. 이건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재였다는 소리다. 처세에 밝은 성덕임은 후궁으로 들어가기 싫지 않았을까? 정조의 아버지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도세자이고 정조는 중전과 대면 대면하여 둘 사이에 후사도 없었다는데 자신만을 바라보며 외사랑을 하는 정조가 너무나 부담이지 않았을까? 왕의 고백을 두 번이나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걸고 거절할 정도면 정조는 성덕임을 놔줘야 하지 않았을까?
둘의 결말이 나는 심히 비참하게 느껴졌다. 결국 후궁이 되어 빈의 자리까지 오른 성덕임은 두 번의 유산 후 아들을 낳았고 그 소중한 아들을 5살 되던 해에 홍역으로 잃었다. 당시 임신 중이던 덕임은 홍역이 옳을까 아픈 아들 곁에 가보지도 못했단다. 본인의 몸에 왕의 아이가 있어 자신의 몸은 나라의 것이라며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슬픔을 참을 수 없었는지 아이를 품은 채 세상을 떠났다. 아아…
왕의 승은을 거절하자 왕이 성덕임의 노비를 괴롭혀 결국 승은을 받았다. 두 번의 유산 끝에 낳은 아들을 잃고 아이를 품은 채 죽었다. 다들 왕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 하지만 저 사실만으로 나는 그저 성덕임이 불쌍하다. 어쩌다 날 짝사랑한 사람이 왕이어서 결국 후세를 이으려다 죽었다. 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