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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다 Sep 10. 2024

잘 먹고 잘 사는 일

 육아를 하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단연 먹거리다. KimMS(친구)가 임신 선물로 한살림(친환경 협동조합 매장)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줬다. 좋은 것만 먹으라며. 그 후로 아이와 관련된 것들은 성분을 따지며 입히고 바르고 먹였다. 여행길에도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다녔었다. 제주도 여행 갔을 때가 기억난다. 아이스박스에 소분한 마늘이 국과 밥을 챙겨 공항에서 먹이고 도착 후 모자란 식재료는 근처 한살림에 들러 충당하여 요리했더랬다. 그 밖에 간단히 외출할 때에도 간식으로 삶아 껍질 벗긴 토마토를 챙겨 나간다거나 유기농 간식거리를 챙겨 다녔었다. 마늘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에도 가급적 자극적인 간식(초코케이크, 젤리 등)은 먹이지 말아 달라 부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된 지금은 언제 그토록 까다롭게 먹였나 싶게 이것저것 먹는다. 


 이제는 너무 커버린 아이라 주변 친구들이 먹으면 본인도 먹고 싶기에 자유롭게 놔두고 있지만 어른이 먹어도 몸에 안 좋은 음식은 대체로 먹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늘이가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난다면 그 음식은 한 번쯤 먹어볼 기회를 준다. 만약 콜라가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면 경험하게 해준다. 또 탕후루, 마카롱 같은 열량만 높은 간식은 한 달에 한 번 먹기로 했다. 


 무조건 내 말에 따르게 하기 보다 먹지 말아야 할 이유를 설명해 준다. “너는 성장기의 어린이고 자라며 필요한 영양분이 있는데 이런 간식은 불필요한 당만 들어있어 건강에 해롭다. 난 부모로서 네가 건강히 자라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엄마가 너를 지킬 수 있게 너도 협조해야 한다.” 


 태어나부터 자극적 음식을 먹지 않고 간이 거의 되지 않은 음식을 먹다 보니 지금 마늘이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 그리고 나와 용용이가 먹는 걸 즐기다 보니 당연하게 마늘이도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아이의 먹거리를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신경 써주고 싶었다. 먹는 것은 건강과 직결된다. 지금 이곳에서 GMO, 항생제, 방사능과 세슘 등을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현대사회는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가 있다. 이제는 나도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사실들이다.


 아기 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라 주는 대로 잘 먹으니 열심히 만들어 먹였고 자라며 보고 아는 게 생긴 후로는 아이를 열심히 설득시킨다. 정말 열심히 했고 지금도 그렇다. 잠시 시부모님댁에 지내는 요즘 마늘이는 할머니가 주시는 간식거리들에 행복하다. 하지만 나는 스트레스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 내려놔야 함을 알지만 간식을 먹으면 아이는 밥을 남긴다. 밥을 남기면 곧 배가 고파진다. 그러면 다시 간식을 찾는다. 그리고 간식을 자주 먹으면 자극적인 맛에 적응해서 밥이 맛있을 리가 없다. 곧 이사를 간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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