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국계 기업 인사팀 이사다.
600여 명의 직원을 둔 한국 인사팀 총괄로 있다가 지금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HR Business Partner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나의 첫 커리어는 영업팀 비서였으나, 이후 수출입 통관 업무로 보직 변경을 했다가, HR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지 18년이 되어간다.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기업에 취직을 한 후 두 번의 이직을 했고, 공교롭게도 이직한 회사 모두 굴지의 미국계 기업이었다.
본의 아니게 결혼과 출산 모두 늦었기에, 5살짜리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며칠 전 이런 나의 사회적 삶 속에 97년생 인턴이 들어왔다.
입사 첫날 그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눈은 반짝거렸다.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본인이 배울 수 있는 최대치와, 본인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를 뿜어낼 그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우연히 그녀와 단둘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나의 이야기는 그날 저녁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수줍은 듯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 내었고, 나는 혹시 꼰대스러운 답을 하는 건 아닌가 하면서도 이런저런 나의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그녀는 97년생이고, 나는 97학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