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by ondinary

시간을 갖기로 했다.

헤어짐의 시간이 아닌 서로가 잠시 떨어져 있을 시간을 갖기로 했다.

너무 붙어있지 않고, 거리와 각자를 위한 시간을 주기로 했다.

그걸 원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습관처럼 일어나서 연락을 한다.

습관처럼 밥은 뭐 먹었니 잠은 잘 잤니 안부를 묻는다.

이 편안함이 안정감이라고 느꼈는데 흔들려 버리기 시작하니 이게 안정감인지 그냥 우리가 서로 편해진 건지 모르겠다.


설렘이 없는 관계가 되었다. 대신 그걸 안정과 평안이 대체해준다. 생각했다.

영원을 약속했었는데 역시 영원은 없는 걸까 싶다.

무슨 마음일까 나조차도 모르겠다.

싫거나 지겹거나 화가 나거나 그런 여타의 감정은 들지 않는다.

편안하다. 정말 편안하다. 이 편안함이 모든 걸 대체할 수 있을까.

관계에 대한 책임감과 관계에 대한 부담이 동시에 밀려온다.

어디서부터였을까. 언제부터였을까.

마음이 소용돌이가 친다.


필름 사진처럼 차곡차곡 찍어 인화가 될 때까지 알 수 없는 거처럼 우리 관계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 같다.

열심히 차곡차곡 잘 찍었다고 생각했는데, 다 빛이 새어 들어간 기분이다.

지금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내가 사랑하는 이를 사랑했던 이로 잘 보내주든, 사랑하는 이를 더 사랑하는 이로 아껴주든 내 마음을 잘 차곡차곡 잘 정리하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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