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225

by ondinary

유려하고 화려한 글 솜씨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게 된 건 꽤 오래되었다.

아마 싸이월드 시절 부터려나.

일기를 손으로 쓰자니 어딘가에 넣어두면 누군가가 볼까 봐 겁이 나서 게시판에 비밀 폴더로 쓰기 시작한 것이 나의 첫 글이었다.

평소 학교에서 실없는 말을 자주 하는 지금과 비슷한 장난을 많이 치는 아이로 학교에서 정평이 나있었던지라, 가볍게 나를 소비하는 것이 오히려 편했다.

사실은 매사에 진지하고 쓸데없이 생각만 많은 나를 감추기 위해서였을 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2학년 그런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진아 너 안에는 세 명의 사람이 사는 것 같아.

80살 먹은 할아버지, 능구렁이 100마리 그리고 7살짜리 장난꾸러기 아이.라며 지금은 내가 누구랑 이야기를 하니 하며 우스개로 말씀을 해주시는 유쾌한 분이셨다.

항상 해주시는 말씀이 있었는데 그 때는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지표처럼 머리에 박혀 하고 다니는 말이 있다.

이미지는 네가 만든 거니까 그 이미지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너야.

그게 그때에는 치기 어린 마음에 제가 그렇게 만들고 싶은 게 아니고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걸 제가 무슨 수로 알아요.로 받아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안다.

그리고 항상 억텐으로 다니다가 본래의 텐션으로 다니면 원진아 이리 와봐 중간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해.

우리 수업 시간에도 배웠지. 중도.

중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너무 뜨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는 중도의 인간의 삶을 연습했었다.

오락가락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여전히 어렵지만, 여전히 열심히 연습을 한다.

그래서 뭔가 내 감정을 배설해야 할 곳이 더욱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블로그가 브런치가 되기도 했고, 또 이제는 다른 블로그를 개설해서 본 블로그보다 더 내 감정을 표현하는 블로그가 되어가고 있다.

밀접하게 연결된 사람들이 없는 곳이었는데 또 밀접한 관계가 생겨버렸다.

내 감정을 누군가에게 비치는 것만큼 부끄러운 게 없는데 아마 글이라서 그런 걸까 그냥 지르게 되는 것 같다.

시간이 남아도는 기간이 오면, 그만큼 또 생각이 많아져 글을 쓰게 된다.

정신없이 나를 몰아쳐서 바쁘게 만들어야 하는데, 게으름이 나를 방해한다.

쉬고 싶다고 연신 외쳐댔는데 막상 쉬는 날이 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잘 쉬고, 오늘을 잘 기록하자.

글 쓰는 것을 게을리 하지말고 내 생각 내 마음 내 일상을 잘 기록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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