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겨진 것들

by ondinary

어쩌다 보니 블로그를 두 개를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다.

상업적 / 비상업적 이라기보다. 드러낼 수 있는 범위로 나누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라파에서 만난 친구들이 블로그를 알려달라고 해서 곤란해하다가 생각해 낸 묘안이었는데 이제는 그곳이 오히려 더 편해져 버려 참 아이러니 하다.


본 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친한 친구, 가족이 포함이 되어 있어서 요즘에 드는 감정들을 숨기고 싶어 일상생활 말고는 올리지 않고 있고, 부계정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는 처음에는 이웃이 별로 없어 이런저런 소리들을 적다가 이제는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 그냥 일상과 자잘한 생각만 적고 있다.


그게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게 한 이유려나.

최근 일기를 쓰지 않고 있어서 문득 생각이 들 때마다 메모장을 펼쳐 도독 도독 적거나 공책에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고 감정을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브런치인 거 같다.

익명의 사람들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로움이랄까.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나의 가상의 공간이 내 숨을 쉬게 해주는 공간이라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다.

마치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이러쿵저러쿵 다 털어내게 되는 그런 느낌의 공간이다.


특정의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닌 그냥 무언의 공간에 나의 생각을 휘갈길 수 있는.

훗날, 나의 글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날이 온다면 상당한 수치감이 올 수도 있겠지만 또 이 계정이 후에 내가 없을 때 나의 최측근들이 알게 된다면 어떨까 싶으면서도.

좀 덜 우울하게 써야 하나 좀 덜 감정적이 어나 싶기도 하지만, 사람이 늘 밝을 수 있나 싶어서도 글을 쓰게 된다. 감정을 비우려고 처음 글을 썼었을 때처럼 나만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버린 이곳에 오늘도 쓰레기를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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