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칫국

by ondinary

요 근래 면접을 보는 일이 잦다.

즉 서류는 잘 붙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내가 취소한 면접이 있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괜찮은 서류인가 싶었다.


막상 면접을 보러 가면 후려쳐지는 연봉, 내 커리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 입사를 확정시킬 것처럼 말하더니 바뀌는 태도들.

뭐 1%로도 확률이기에 그 확률이 뒤집힐 때까지는 안심하지 않는 성격인지라 최근 본 마지막 면접까지는 안심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면접 분위기, 오갔던 대화들이 너무 좋았어서 인지 김칫국을 마셨던 거 같기도 하고 평소에는 그렇게 오만하지 않는데 다 됐다는 생각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측근에게 전하기도 했다.

입사 전 마지막 여행이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여행을 가자고도 했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모른다고 했었나. 그 뒤로도 잡힌 면접을 취소시킬 정도로 확신을 했다.

다시 구인구직을 시작해야 하는 입장에 돼서 현타가 오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깊어진다.

경쟁력이 없는 사람인가. 이 업종이 나한테 맞는 업종인가. 내 경력이 사실상 무쓸모인가부터 시작해서

현타가 오는 거 같다.

다들 더 좋은 회사가 찾아올 거다 너에게 더 잘 맞는 회사가 찾아올 거라 말을 해준다.

사실 나도 그런 회사를 모르겠는데, 그런 말이 위로가 되나 싶다.

기분전환, 기분환기를 위해서 그런 말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자신이 없어진다. 무능력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냥 나를 의심하게 된다. 내가 올바른 지향점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은 그냥 잘 모르겠다 상태가 된 것 같다. 정말이지 잘 모르겠다.


또 한 없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내가 너무 가벼이 말을 해서 잔뜩 여행의 부푼 기대를 알게 된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다.

사실 이튿날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상당히 고민을 하시니보다 혹은 안됐구나 라는 마음을 살짝 먹었었다.

그래서 아마 여행계획을 짜자는 말에 조금 심드렁하기도 하고, 소극적이게 행동을 했던 것 같다.

그 행동을 하는 거부터가 미안했다. 그리고 계속 아직 된 게 아니니까 그래도-라는 말과 함께 방어를 했던 것 같다.

그냥 그 모든 사실이 미안했다.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라면, 내가 조금 더 괜찮았다면 바로 턱턱 붙었겠지.

나의 모자람으로 생기는 이런 감정들이 현타를 오게 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일은 개인적으로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라 이런 감정과 상황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실망시키기도 또 나의 이런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고 괜한 걱정말 끼치는 거 같아서일까.

사실 이직이 이렇게 어려울지도 몰랐고, 우물 안 개구리였나 싶어서 이러저러한 자격증을 따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다.

점점 여유가 없어진다. 그냥 마음이 조급하달까 나이가 먹어가는 것도 있고, 그냥 부담이 되어가는 일들이 많아진다.

책임져야 할 것도 많고,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된 것도 맞다. 그래서인지 더욱 조급해지는 것 같다.

여유롭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그냥 한 없이 조급해지니 또 모르겠다.

불안하진 않지만, 여유롭진 않다. 이 말이 지금의 나를 대변하는 말 같다.

하고 싶은 것이 직업을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것이라 더 그런 것 같다. 하루빨리.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더 그런 것 같다.

나를 환기시키기 위해서 운동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감기도 이제 다 나아가는 거 같으니 뭐라도 생산적인 걸 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시간을 최대한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을 해봐야겠다. 더 열심히 살아봐야지. 그럼 또 좋은 일이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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