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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DISPLAY Apr 25. 2018

아름답게 빛바랜 하노이의 색

못꼿 사원 - 콩 카페 - 탕롱 황성 - 기찻길 마을

Prologue: Saigon! Things in life!


나의 20대, 나의 무한도전이 기여코 끝나버렸다.

나에게만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순간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다가왔다.


지난 에피소드 중 처음 들어보는 듯한 

이국적인 음악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Saigon!

동남아 특유의 경쾌한 후렴을 흥얼거리며

4월의 베트남 하노이로 떠났다.


밤 9시에 출발하는 7C2803편을 타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하루키의 여행책을 읽었다.

아직 도착시간이 남아서 영화 중경삼림을 다시 봤다.

이 노래 자주 들었었는데 한동안 잊고 지냈다.

Things in life!


Saigon! Things in life!

흥겨운 리듬을 가진 2가지의 곡을 바탕으로 

이번 여행기를 쓰려고 한다.









Chùa Một Cột - Quảng Trường Ba Đình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해 거의 곧바로 잠이 든다. 날이 밝고서야 비로소 방에서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들. 게스트하우스 같은 호텔 식당에 앉아 간단한 계란 토스트와 달달한 커피를 마신다. 체크아웃을 하고 하노이 여행 첫 번째 하루를 시작한다.


낡고 좁은 건물들과 날씨의 영향을 그대로 받은 나무들. 정신없는 오토바이 소리와 아침 거리의 사람들


유명한 관광지보다 한적한 주택가를 걸으며 도시의 진짜 모습을 맛보는 것이 나의 여행법이다.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도 가장 기대하는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기찻길 마을과 구시가지 36 거리. 다행히 하노이의 중심지는 그리 크지 않아서, 첫 번째 날 오전에는 바딘 구역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현지 날씨와 분위기를 익히려고 한다.


그 시작은 베트남 국보 1호 못꼿사원(Chùa Mt Ct, 一柱寺)로부터. 한 기둥 사원이라는 별명처럼 기둥 하나가 오롯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가 독특하다. 웅장한 호치민 박물관과 호치민 묘소 사이, 아담한 작은 사원의 모습이 강대국 앞에서도 결코 자존심을 굳히지 않았던 그들의 모습과 닮았다.



잔잔한 연못 주위로 중국인 관람객들의 소리가 북적인다. 어느 중년 부부가 내게 기념사진을 부탁한다. 가벼운 니콘 쿨픽스. 나도 사진을 부탁해본다. 아저씨가 내 캐논 카메라를 잡은 사이 우리 사이로 행인이 지나쳐 가자 옆에 있던 아주머니가 지나가지 말라며 강하게 제지한다. 역시 중국인들은 같은 편이면 더욱 든든해진다. 쎈세 -


베트남의 국부(國父) 에 대한 존경심을 알 수 있는 호치민 박물관(Bảo tàng Hồ Chí Minh), 호치민 묘소(Lăng Chủ tịch Hồ Chí Minh)


하노이의 주요 관광지와 관공서가 위치한 바딘 지역은 정성스럽게 손질된 정원과 같은 인상이었다.


호치민 박물관에서 바딘 광장 쪽으로 이어지는 넓은 길은 하노이에서 보기 드문 깨끗하고 조용한 길이지 않을까? 멀리 국회 빌딩 위로 베트남 국기의 빨강과 노랑 그리고 녹색의 바딘 광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광장 가장자리에 일렬로 앉아 있는 중국인들과 동그랗게 서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서양인들. 그들은 나처럼 하노이에 이제 막 첫 발을 내민 것일까? 비가 조금 온다. 목이 조금 마르다.










Cong Caphe


관광지에서 조금 벗어난 길을 걷는다. 둘레가 넓은 고상한 나무와 지붕이 삼각형으로 멋들어진 3~4층 규모의 유럽식 건물들이 여유로운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녹색 식물이 층층이 가득한 레스토랑 옆 더 짙은 녹색의 콩 카페에 들어간다. 베트남의 군사조직인 Viet Cong을 콘셉트로 하는 젊은 카페 체인. 손을 데면 묻을 것 같은 무광택 녹색을 기본으로 하여 카페 곳곳에 제법 재미있는 소품들이 가득하다.


Cộng Caphe Điện Biên Phủ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콩 카페에서 가장 유명한 코코넛 커피를 마신다. 빨간색 빨대로도, 손잡이가 긴 스푼으로도, 충분히 달콤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다. 여기 날씨의 적응하려면 이 정도의 당분은 필수적인 것 같다. 4월 하노이 날씨는 30도가량. 하늘이 흐린 탓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지만 습도가 높아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금방 맺힌다.


코코넛 커피 (CÕT DÜA CÀ PHÊ, Coconut Milk W. Coffee) - 45,000 VND









Hoàng Thành Thăng Long


에어컨 없는 콩 카페에서 계획된 시간만큼의 휴식을 끝마치고 탕릉황성 쪽으로 걷는다. 입구를 헤매다 굉장히 오래된 서쪽 문을 발견한다. 기대도 안 했던 관광지에서 이렇게 멋진 색을 만나게 될 줄이야! 매표소를 찾아 입장료 30,000 VND을 서둘러 계산한다.



해변가의 있을법한 여유로운 레스토랑을 지나자 네모 반듯한 잔디밭이 나온다. 그리고 정면에는 늠름한 자태를 뽐내는듯한 성의 정문, 도안몬 문(Cổng Đoan Môn)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내 눈길을 끄는 것은 정문 앞 두 개의 정원이다. 밝은 연둣빛 나뭇잎 위로 샛노란 꽃들이 길게 피어져 있고 파란 옷을 입은 정원사들이 가로로 줄지어 가꾸는 모습이다.


베트남 전통모자인 넝(Nón) 뒤로 노란옷의 관람객이 절묘하게 서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황성 안에서는 제법 여유롭게 관람에 집중할 수 있다. 도안몬의 계단 위로 올라 바라보는 하노이의 풍경도 상쾌한 편이다. 내가 느낀 탕롱 황성의 하이라이트는 작은 칸으로 나뉜 내부 공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아홉 개의 작은 방 사이로 은은한 햇빛이 들어와 벽 전체에 칠해진 노란색을 더없이 아름답게 만든다. 세월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빛의 흔적. 그것은 어딘가 예를 차려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보다 편안하게 느껴진다.



안쪽으로 드디어 탕롱 황성(Hoàng thành Thăng Long, Thang Long Imperial City)이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보수 공사를 하는지 황성 앞이 굉장히 피폐해 보인다.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을 거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조용한 황성과 키 큰 나무 한그루 그리고 옆에서 쉬는 인부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탕롱 황성을 뒤로한다.










Railroad Village in Hanoi


정신없는 하노이의 평범한 거리가 잠시 끝난 듯 조용한 길이 나와 버린다. 보통 기찻길 마을(Railroad Village)라고 부르는 곳으로 베트남 생활의 모습을 좁은 마을의 폭만큼이나 가깝게 볼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런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는 특히 거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가게 밖에서 재료 손질을 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시작으로 끝없는 철길이 이어진다. 색색의 건물들이 줄지어 이어져 있다. 발 한걸음 옮기기 힘들 만큼 눈 앞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만난 흥분되는 순간과의 만남.



기차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인가 보다. 마을 사람들 몇몇은 철길 한가운데 의자를 세워둔 채 끝나지 않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옆에선 닭들이 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광경도 독특하다. 나무 판자에 어째서 채소들이 잘개 썰어져 있나 했더니 이 녀석들의 몫이었나 보다. 



20대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 친숙하게 다가온다. 조금은 촌스러운 색상의 빨랫감, 때가 탄 듯 더러워진 벽의 질감, 반듯한 시야를 가로막는 비스듬한 것들, 구멍 난 천장과 색이 바래서 불완전해 보이는 거리의 모든 것들. 그것들은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우리 본연의 모습인 것이다.


베트남 전통 종이로 만든 소품을 파는 Zó Project과 같은 공간도 공존하고 있다. 부채나 수제 메모장들도 좋지만 잠 든 아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엽서가 마음에 꼭 든다.


베트남 전통 종이 전문점 Zó Project


주택가 사이에 젊은 색을 품은 카페 두 곳이 눈에 띈다. 그중 조금 더 규모가 작아 보이는 Dru ma를 선택. 커피보다 이 곳과 어울리는듯한 과일 주스를 밖에서 마시면 좋겠다. 가격도 30,000 VND으로 꽤 저렴한 편. 신기하게도 얼음이 들어있는데 전혀 시원하지가 않다. 그래도 아주 적절한 타이밍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


Dru ma 카페


이제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어야겠다.








남자 사람 혼자 하노이 사진 여행


3월 대만 여행이 여러 모로 불가능해 대신 베트남 하노이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촬영이 주목적이라 제법 활동적인 여행에 속하지만, 가이드북이나 TV에 소개된 유명한 곳도 자주 다녀와서 하노이 여행 가실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목요일 퇴근 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을 타고 새벽에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달러를 베트남 달러로 환전하고 비엣텔 유심칩을 구입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에어비앤비에서 3박 5일간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여행 당시의 감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재형의 문체로 작성했다.



1일차

하노이 공항 - 못꼿 사원, 바딘 광장 - 콩 카페 - 탕롱 황성 - 기찻길 마을 - 마담 히엔 - 구시가지 36 거리, 하이랜드 커피, 백종원 카페, 바잉 미 25 - 탄니엔 산책길, 쩐꾸옥 사원 - 서밋 라운지 - 라 시에스타 스파 - 분보남보


2일차

퍼 찌아 쭈엔 - 콩 카페 - 기찻길 마을 - 쏘이 이엔 - 지앙 카페 - 호암끼엔 호수, 응옥썬 사원 - 성요셉 성당 - 하노이 문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트릴 루프탑 카페 - 꽌안응온 - 빈민 재즈 클럽


3일차

하노이 에어비앤비 - 오바마 분짜, 퍼 틴 - 오페라 하우스 - 라 벨로 스파 - 카페 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롯데센터 팀호완 - 하노이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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