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히엔 - 하이랜드 커피 vs 백종원 카페 - 구시가지 - 바잉미25
하노이 첫 번째 식사는 호암끼엠 호수 북서쪽에 위치한 마담 히엔(Madame Hien)으로 선택. 이 곳에서는 독특하게 프랑스 출신의 셰프가 요리하는 베트남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얼마 전 TV에도 소개된 XOFA 카페를 지나 열대 나무와 우아한 노란 벽의 레스토랑에 도착한 건 정각 12시. 메뉴판을 볼 것도 없이 무채색 정장 차림의 직원을 따라 2층 창가석으로 안내받는다. 점심 시간인 건 틀림없는데 이상하게도 아직 손님이 아무도 없다.
질감 좋은 누런색의 런치 메뉴판에서 가능한 선택은 2가지이다. 애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심플하게 구성한 Full Lunch Set와 인기 있는 메인에 과일만 살짝 더한 Quick Lunch. 아직 나의 하노이 여행은 서두를 것까지 없다. 각 코스별로 마음에 드는 메뉴를 하나씩 고르고 생수를 추가로 주문한다.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서 실내는 금세 북적이는 분위기로 바뀐다.
새콤 달콤한 드레싱이 고수의 쌉싸름한 향과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든다. 조금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평범한 치킨 샐러드에 고수 향이 더해져 더 없는 베트남 음식이 되었다. 나는 원래 고수를 싫어하는 타입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큼은 무언가 배려하는 일없이 본연의 음식 그대로를 맛보고 싶다. 그래서 이 첫 번째 메뉴의 맛이 3가지의 전체 코스 중 가장 강하게 와 닿는다. 옆 테이블에는 내 또래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 2명이, 앞 테이블에는 나이가 많으신 일본인 4명이 앉는다.
메인 코스는 이름부터 매력적인 하노이 가정식이다. 길쭉하게 생긴 안남미로 지은 밥과 실제 베트남 가정에서 먹음직한 4가지 반찬이 나오는 꽤 알찬 메뉴. 내가 좋아하는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 고로가 반길만한 스타일이다. 쌀국수나 분짜, 반쎄오 등 유명한 베트남 음식보다 하노이 첫 번째 식사로 마담 히엔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팬 케이크처럼 두툼한 계란말이부터. 부드러운 생김새와는 다르게 굉장히 짭짤한 맛이다. 커피는 달콤하게 먹으면서 어째서 계란말이는 그렇지 않을 걸까. 다음 오징어 간장 조림은 달달한 짠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전형적인 동남아 쌀보다는 찰기가 많은 밥이 술술 잘 넘어간다. 살짝 직화 향이 나는 숙주나물 볶음도 이런 가정식에 빠질 수 없는 메뉴다. 마지막으로 맑은 수프까지 부족함이 없다.
디저트도 훌륭하다. 뜨겁게 달군 부드러운 바나나 겉으로 바삭한 튀김이 감싸고 있어 식감이 아주 좋다. 레스토랑 외벽 색과 같은 노란색 아이스크림을 마지막으로 깔끔한 점심 식사가 끝이 난다. 런치 세트 198,000 VND, 생수 58,000 VND에 부가세 10%를 포함하여 총 281,600 VND을 지불한다. 계산대 앞에는 이 레스토랑의 이름이자 셰프의 장모인 마담 히엔의 초상화가 런치 코스처럼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으로 3점 그려져 있다. 프랑스 요리사가 베트남인 장모의 이름을 내걸었다. 다시 생각해도 재미있는 레스토랑이다.
들어가기 전에 베트남 여행 정보 한 가지. 얼마 전까지 하노이에 있었던 우버 Uber가 베트남형 우버, 그랩 Grab에 밀려 철수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하노이 여행에서는 주로 그랩 앱을 사용하여 택시를 타게 된다. 미리 크레딧 카드를 등록해두어서 목적지와 출발지만 입력하면 따로 현금으로 계산할 필요가 없어 굉장히 편리하다. 마담 히엔에서 처음으로 그랩 택시를 호출하여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에어비앤비 숙소로 큰 문제없이 이동하는데 성공.
호스트가 체크인 1시간 전 보낸 체크인 방법 메시지를 따라서 오래된 아파트의 입구를 찾고 계단을 오르고 숨겨둔 열쇠로 문을 연다. 왠지 비밀스러운 이벤트를 하는 것 같아 호텔에서 속전속결의 그것보다 재미있다. 현지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외관과 산뜻하게 꾸며진 내부. 하노이에서는 왠지 숙소도 이런 식의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는 듯하다. 에어컨은 있으니 일단 안심이다. 무거운 프라이탁 백팩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가벼운 나이키 짐색에 옮겨 담는다. 일단 밖으러 나간다.
도로 앞 큰 대로를 통해 구시가지까지 걷기로 한다. 도로는 넓지만 건물이 별로 없어 마치 시골 국도처럼 느껴진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자 풍부한 식물에 둘러싸인 북카페도 보이고 제법 트렌디한 상점들도 두루 보인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하노이 구시가지 Hanoi Old Quarter 의 모든 거리를 본격적으로 걷기 전 재미있는 비교부터 해볼까 한다. 베트남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하이랜드 커피와 한국에서 백종원 추천 카페로 알려진 카페 39 타 히엔. 가격대와 카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커피는 동일하게 연유를 넣어 차게 마시는 카페 쓰어다를 주문한다.
먼저 호안끼엠 호수와 구시가지를 장애물 없이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이랜드 커피 Highlands Coffee부터 입장. 우선 첫인상은 매장 안이 굉장히 시원하다는 것이다. 아마 하노이에서 가장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아닐까 싶다. 하이랜드 커피에서는 카페 쓰어다도 3가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다. 가장 작은 사이즈로 선택한다.
몸이 시원한 실내보다 시야가 탁 트인 야외 테라스가 인기가 많다. 겨우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맛본다. 아랫부분의 연유가 잘 섞이도록 저으면 괜히 조금 설레어 지기까지 한다. 생각대로 진하면서도 달달한 시원한 커피맛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맛으로 설명하자면, 휘핑크림을 올리지 않은 카라멜 마끼야또에서 1/2 샷을 더 넣은 정도의 맛이다. 이번에는 기찻길 마을의 망고주스처럼 미지근하지 않고 확실히 시원하다!
하이랜드 커피에서 내려다본 복잡한 거리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곧 로컬 카페 Café 39 Tạ Hiền에 도착한다. 현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는 느긋한 노천카페의 이미지를 기대했지만 가게 앞은 오토바이가 차지해버린 상태다. 왠지 답답해 보인다. 오토바이의 상징인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는 이래 저래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카페 쓰어다를 주문하고 아직 해바라기씨와 남은 커피잔이 치워지지 않는 자리에 앉는다.
목욕탕 의자처럼 낮은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가방을 멘 채로 앉아 있으니 곧 남자 점원이 커피를 쟁반채로 가져다준다. 하이랜드 커피의 작은 사이즈보다도 조금 더 작은 듯하다. 이번에도 연유와 커피가 잘 섞이도록 천천히 저어준다. 한 모금 들이마시면, 사무실에서 마시는 인스턴트 믹스 커피에 물이 조금 부족해서 다시 물을 끓이는 동안 그 상태로 마셔 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은 강력한 맛이다. 진한 에스프레소와 진한 초콜릿을 좋아하는 나에게 아주 잘 맞는 편이다. 다만 조금 더러워 보이는 쟁반 위에서 수시로 지나다니는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정리하자면 진한 커피를 마시며 하노이 거리의 모습을 생생한 눈높이로 보고 싶다면 카페 39를, 연한 커피(상대적으로)를 마시며 쾌적한 환경에서 하노이의 전망을 시원하게 보고 싶다면 하이랜드 커피를 추천한다. 하이랜드 커피는 하노이에 많은 매장이 있고 카페 39는 단 하나뿐이다. 나의 개인적인 선택은 카페 39.
우선 하노이 구시가지 Hanoi Old Quarter 시작점의 놀라운 풍경으로부터 시작한다. 차선이 없는 넓은 길을 오토바이와 차 그리고 행인이 자유자재로 가는 것이 이방인의 시선으로 보기에 무척 신기하다.
정해진 동선 없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다는 큰 방향만 정한채 정처 없이 걸어보기로 한다. 그런 의미로 눈 앞에 있는 고급스러운 갤러리도 잠시 들어가 본다. 갤러리도 하노이의 다른 주택이나 상점과 같이 폭이 좁고 내부는 긴 형태이다. Hong Viet Dung 라는 작가의 회화가 인상적이다. 더 노골적으로 판매를 하려는 옆 갤러리는 액자를 꽤 많이 겹쳐서 걸어둔다. 여긴 아마 갤러리 거리인가 보다. 조금 서쪽 방향을 향해 걷자 이번에는 시장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사진에 관한 이야기. 벌써 여러 번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은 폭이 좁고 홍콩 완차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낡은 느낌의 건물들이다. 주로 빌딩의 정적인 모습을 촬영해왔던 나에게 하노이의 오토바이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가 된다. 오토바이를 피해서 건너편의 거리를 담기는 무척 힘들다.
놀라운 풍경은 계속 이어진다. 오늘 아침 작은 슈퍼에서 과자를 아래로 줄지어 묶어 놓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구시가지에서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베트남 시장 상점의 진열에 관해서 살펴본 것은 크게 두 가지. 첫째로 장소가 어디든 상품을 걸어둘 수 있고 또 그것을 굉장히 빼곡히 늘여놓는다는 것이다.
이곳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닭들과 가로수에 자유롭게 널어놓은 생활의 소품들 그리고 정말 자유롭게 늘어진 전선들이다.
복잡한 구시가지 거리에서 고개를 조금 젖히면 아래의 분주함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듯한 평범한 주택들이 나온다.
하노이 구시가지 36길. 정신없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에 습한 날씨까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된 건 사실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베트남의 오래된 거리를 실제로 걸어볼 수 있다는 것이 꽤 오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오후 3시부터 호객행위를 하는 맥주 거리를 지나 어느덧 바잉미 25가 있는 곳까지 걸어오게 된다. 매장 한 귀퉁이에 앉아 있어도 주문받으러 오지 않아 물어보니 반대편에 있는 곳에서 주문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밖으러 나가 주문을 한다. Mix는 너무 배가 부를 것 같아 적당해 보이는 것에 계란만 더 추가하고 음료는 따로 주문하지 않는다. 고수가 들어가도 괜찮냐는 친절한 질문. 외국인들이 많은 이유가 이런 사소한 것에도 있나보다. 영수증과 같은 종이를 들고 다시 반대편으로 가서 앉아 있으면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계란은 오믈렛 형태로 들어가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돈 1,500원으로 이런 풍성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연남동에서 맛 본 반미의 바게트보다는 덜 쫄깃한 편이지만 역시 밀가루와 쌀로 만든 바게트는 프랑스식의 딱딱한 그것보다 나에게 더 맞는 맛이다.
해가 지고 있다.
서둘러 그곳으로 가자.
3월 대만 여행이 여러 모로 불가능해 대신 베트남 하노이로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사진 촬영이 주목적이라 제법 활동적인 여행에 속하지만, 가이드북이나 TV에 소개된 유명한 곳도 자주 다녀와서 하노이 여행 가실 분들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목요일 퇴근 후 인천에서 출발하는 제주항공을 타고 새벽에 하노이에 도착했다.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달러를 베트남 달러로 환전하고 비엣텔 유심칩을 구입했다. 오페라 하우스 근처의 에어비앤비에서 3박 5일간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여행 당시의 감상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재형의 문체로 작성했다.
1일차
하노이 공항 - 못꼿 사원, 바딘 광장 - 콩 카페 - 탕롱 황성 - 기찻길 마을 - 마담 히엔 - 하이랜드 커피, 백종원 카페 - 구시가지 36 거리 - 바잉미 25 - 탄니엔 산책길, 쩐꾸옥 사원 - 서밋 라운지 - 라 시에스타 스파 - 분보남보
2일차
퍼 찌아 쭈엔 - 콩 카페 - 기찻길 마을 - 쏘이 이엔 - 지앙 카페 - 호암끼엔 호수, 응옥썬 사원 - 성요셉 성당 - 하노이 문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트릴 루프탑 카페 - 꽌안응온 - 빈민 재즈 클럽
3일차
하노이 에어비앤비 - 오바마 분짜, 퍼 틴 - 오페라 하우스 - 라 벨로 스파 - 카페 딘 - 미딩 송다 한인타운 - 롯데센터 팀호완 - 하노이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