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일기 D-30
대략적인 시기는 정했지만 말문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두달 간 입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오르락 내리락거렸고 결국 나는 지난주에서야 퇴사 사유와 시기를 명확히 이야기했다. 우선 시기는 내가 이 일을 시작한 2년이 되는 7월말까지로. 그러는 편이 왠지 좋을 것 같았다. 공식적인 퇴사 사유는 ―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것들이 포함되었겠지만 ― 내일(Tomorrow)과 내 일(My works)에 대한 갈증이다.
업무가 다소 많은 편에 속하지만 어려운 퀘스트를 해결하면 얻는 보상처럼 실무 현장에서 얻어가는 지식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반면에 그럴수록 나도 이런 일들을 하고 싶다는 갈증에 더욱 목이 마르는 것도 사실이다. 매일 저녁, 나는 다시 책상 앞으로 출근을 한다. 새벽마다 반복되는 내일의 내 일에 대한 갈증.
일단 어렵게 말을 꺼내고 나니 그 다음은 매우 순조로운 단계에 들어선다. 여행이나 휴식 같은 '퇴사'라고 하면 당연하게 따라붙는 것에서부터 말했던 대로 개인작업에 대한 넉넉한 시간까지. 뭐든 상관없을 것 같다. 당분간은 퇴사 일기를 쓰면서 나의 생활이 어떤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기록해보려고 한다.
2018년 7월 2일 월요일, 하루종일 비
비가와서 작업실 사람들과 점심으로 부대찌개를 먹었고 저녁에는 퇴근길에 집근처에서 산 주먹밥을 간단하게 먹었다. 이동하는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팔짱을 낀채로 잠을 잤다. 지난주에 봤던 대만 영화를 잠시 생각했고, 7월에서부터 12월까지 어떤 것을 해보면 좋을지 리스트를 만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