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짬’에 반짝이는 나의 조각들

a tiny moment, a tiny mirror.

by Ondo fiftytwo

가끔 생각지도 못한 시간이 생길 때가 있다.

일과 일 사이, 약속과 약속 사이.

예상 밖으로 주어진 아주 작은 틈.


우리는 그걸 **‘짬’**이라고 부른다.


여유와는 조금 다르다.

짬이 생기면 여유로워지지 않고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평소에 아쉬웠던 운동을 해볼까,

못 가본 카페에 가볼까,

아이들 학원에 들러 깜짝 인사를 해볼까,

아니면 주방 정리를 미리 끝내고 일찍 잘까.


짬이 주는 혼란은

내가 되고 싶었던 ‘원하는 나’들이

한꺼번에 얼굴을 드러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A moment opens, and so do I.


운동하는 나,

감성을 채우는 나,

아이들에게 다정한 나,

부지런한 나…


평소 마음 한켠에 조용히 놓아두었던 나의 조각들이

갑자기 창가의 먼지처럼 빛을 받아 선명해지는 순간.

“In small moments,

I meet the quiet pieces of myself.“


그래서 짬은 여유가 아니라

나를 비추는 작은 창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디에 마음이 끌리는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 조각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넷플릭스를 기웃거리다

짬이 흘러가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그건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일 뿐이고,

쉬는 나 또한

‘나’라는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니까.


짬이라는 창은

우리를 시험하는 게 아니라

우리를 보여준다.


그 작은 틈에서

나는 매번 조금씩 나를 이해하고,

조금씩 나를 모아간다.


짧은 시간,

짧은 틈,

짧은 창.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나를 닮은 조각이 반짝인다.

오늘도 나는 그 조각을 하나 더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