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utumn ㅣ With Stillness
가을 바람 아래 익은 벼들이
조용히 흔들린다.
들판은 풍요로워 보이지만,
농부는 이 계절에 가장 매서운 눈을 뜬다.
잘 익은 것 중에서도
내년을 부탁할 것을 고르기 위해서다.
무엇을 거둘지가 아니라,
무엇을 남길지를 결정하는 계절.
나도 요즘,
수확보다 남김을 생각하며 하루를 바라본다.
농부와 내가 다른 것은,
농부는 수확 중 가장 예쁜 것,
잘 여문 것만 골라 종자로 남기지만,
나는 그러지 않으려 한다.
예전엔 단점을 고쳐야 한다고 믿었다.
모난 부분은 다듬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성장이라고 배웠으니까.
멈춰 있는 듯한 순간들.
조바심과 불안, 이불킥하게 되는 시간들.
한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점이라고 여겼던 것, 부끄러운 것들이
알록달록한 개성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들이 있었다.
나는 점점 완벽해지는 대신,
나답게 익어간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가장 잘 여문 것만이 아니라,
가장 나다운 것을 씨앗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래서 나의
한 해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가을이다.
수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심기 위해 선택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들여 바라보려 한다.
땡감으로 시작해 단감을 지나, 곶감이 되듯
떫은맛을 덜어내고,
나에게 맞는 결만 남을 수 있도록.
We do not ripen by rushing, but by staying.
나는 오늘,
수확을 마친 농부처럼 하루를 정리하면서도
그 중 일부를 내년의 나를 위해 남겨둔다.
더 나은 내가 아니라,
더 나다운 내가 되기를 바라며.
짧은 틈,
짧은 계절.
그 안에서 나는 조각 하나가 아닌,
씨앗 하나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