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모자라서…충분한

Enough, because it wasn’t complete.

by Ondo fiftytwo

예정에 없던 출장 덕분에

아이들의 등굣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겼다.


아이들은 긴 설명 없이도

아침 공기 속에서 경쾌했다.

두 다리가 리듬을 타듯 뛰었고,

얼굴엔 춤추는 것 같은 표정이 번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행복했다.

늘 없던 시간이었기에,

익숙함이 아닌 기쁨으로 다가왔다.


매일이었다면 놓쳤을 표정들,

잠깐의 여유 덕분에 발견하게 된 순간이었다.

“충분해서가 아니라,

준비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연히 생긴 그 여유 덕분에

나는 아이들의 경쾌함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다. “


생각해 보면,

행복은 계획한 순간보다

예상치 못한 여백에서 더 자주 찾아왔다.


“Not because it was enough,

but because it wasn’t meant to be more.”


채워진 일정보다,

비워진 시간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온 감정이

오히려 더 오래 나를 머물게 했다.


우린 보통 충분하면 안심하고,

부족하면 불안하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


충분했던 날은 지나가고

덜 채워진 순간은 마음에 남는다.

왜냐하면 바라보게 되니까.


다소 비어 있어서 다시 보고 싶은 모자람이

어쩌면 진짜 감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래된 고전 속 사랑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이루어지기 어려웠기에 사랑이 더 깊어졌다.

완전하게 채워졌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까지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


한국의 옛 그림들이 여백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듯,

인류의 진보가 채움이 아니라 결핍에서 시작되었듯,

사람의 감정도 부족에서 더 깊어지곤 한다.


나는 이전글에서

‘단단하고 예쁜 것이 아니라

나다운 것을 씨앗으로 남기겠다’고 했다.

그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몰랐지만,

오늘 아침 나는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아마도 남겨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남기는 것이

꼭 완전함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부족함, 여백, 여유.

그 사이에서만 발견되는 감정들이 있고,

그 감정이 있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나는 어쩌면,

다 채워지지 않아야 더 행복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덜 가진 순간일수록 더 바라보게 되고,

조금 모자랄수록 더 감사하게 된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걸어갈 수 있다.


오늘의 등굣길처럼.

짧았지만 충분했다기보다

짧았기에 충분했던 순간처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조금은 남겨두기로 한다.

다음 계절이 들어올 수 있도록.


끝이 아니라

시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