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years don’t fade us — they color us.
출근길의 가로수들이
자꾸만 나를 멈춰 세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쁘게 스쳐 지나가던 길인데,
요즘은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된다.
멈춰서서 고개를 들어보면
괜히 웃음이 난다.
점심시간에 군밤 한 봉지를 사들고
은행잎이 가득한 길을 걷는 순간,
이 계절이 내 손끝까지 내려와 있는 게 느껴진다.
봉지의 따뜻함, 발밑의 바스락거림,
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잎들.
스무 살에는 관심 없었던 것들,
서른에는 바쁘다고 지나쳤던 것들이
요즘은 자꾸 마음에 남는다.
같은 길인데도
매일 풍경이 달라 보이는 건,
그동안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잎도, 단풍도
처음에는 모두 어린 초록잎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색을 바꾸고,
마침내 지금의 노란빛과 주황빛이 된다.
사람도 그렇다.
젊음은 분명 싱그럽고 예쁘다.
하지만 시간을 지나며 새겨지는
나만의 색 역시 그만큼 아름답다 생각한다.
어린잎에는 없는 깊이와 온도가
내 안에도 조용히 새겨지기 때문이다.
나이 듦은 퇴색이 아니라
채색에 더 가깝다는 걸
요즘의 가로수를 보며 느낀다.
군밤을 먹으며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속도가 느려져 있다.
늘 급하게 지나던 길 위에서
계절의 속도를 따라가는 일이 좋다.
같은 길을 걸어도,
마음이 변하면 풍경도 바뀐다.
그래서 가을은 매년 찾아오지만
매번 다른 모습으로 도착한다.
올해의 가을은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은행잎 하나를 들여다보는 일,
군밤 한 봉지의 작은 온기를 온전히 느끼는 것,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들.
이런 조용한 가을의 색들이
천천히 나를 물들여 간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내 안의 나이테를 한 겹 더 채운다.
the years don’t fade us — they color us.
시간은 우리를 바래게 하지 않는다.
우리를 물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