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다 배운것 : 자기주장은 기술이다(2)
엄마랑 축구하다가 배운 것: 자기주장은 기술이다(2)
어제 아이랑 축구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봐주지 않았다.
진짜로 했다.
겨울의 끝자락 저녁, 아이랑 공 차며 힐링할 줄 알았는데
내가 얻은 건 힐링이 아니라 주먹이었다.
아이는 화가 나서 나를 주먹으로 여러 대 때렸다.
(엄마도 사람인데… 맞으면 아프다.)
1. 노골 판정 하나로 무너지는 세계
아이가 골을 넣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안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노골.”
그랬더니 아이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마치 내가 VAR을 조작한 심판이라도 된 것처럼.
“엄마가 노골이라고 했어!!”
“나 두 골 넣었는데!!”
아이의 억울함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진지’했다.
2. 축구는 원래 몸싸움이다
축구를 하다 보면 몸이 부딪히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가 밀었다”고 울길래 말했다.
“축구는 원래 몸싸움이야.”
근데 그 말 끝나자마자
아이의 주먹이 내 팔을 향해 날아왔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했다.
“축구에서 몸싸움은 괜찮아.
근데 주먹으로 때리는 건 안 돼.”
현실은 이렇게 잔인하다.
설명은 길고, 주먹은 빠르다.
3. 아이는 지면 ‘반칙’을 배운다
그런데 진짜 웃긴 장면이 나왔다.
자기 마음대로 안 되니까
아이는 공을 손으로 잡았다.
갑자기 축구가 아니라
본능이 시작됐다.
‘그래. 이 판은 내가 접수한다.’
아이의 세계에서 규칙은
승리 앞에 종종 무력해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밖에서도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이렇게 울고, 이렇게 반칙하려나?”
그리고 또 생각했다.
“그래도 집에서 한 번쯤 당해봐야
밖에서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4. 봐주는 게 사랑일까, 진짜로 하는 게 사랑일까
어제 나는 고민했다.
내가 봐주면서 했어야 했나?
아이니까, 엄마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나는 이제 이런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봐주지 않는다.
친구들도 봐주지 않는다.
규칙은 봐주지 않는다.
억울하다고 해서 골이 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집에서라도
‘패배’를 한 번 경험해야
밖에서 무너지지 않는다.
5. 그래도 아이는 끝까지 “말”을 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아이가 울면서도 끝까지 말을 했다는 것이다.
“나 두 골 넣었는데 엄마가 노골이라고 했어.”
“엄마가 날 밀었어.”
맞든 틀리든,
중요한 건 아이가 자기 마음을 언어로 설명했다는 점이다.
나는 요즘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교육을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바를 주장하라.
다만…
주먹 말고 말로.
육아는 참 이상하다.
아이를 가르치려다가
내가 먼저 배운다.
어제 축구 한 판으로
나는 다시 느꼈다.
자기주장은 본능이 아니라 기술이고,
그 기술은 연습으로만 자란다.
그리고 연습이 시작되면
엄마는 가끔…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