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용 설명서

핸드폰과 사람 주객전도

by 온도담

핸드폰이 예의가 된 시대
『아비투스』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 때문에 세상이 더 예민해진 것 같다고.
예전엔 연락이 늦는 게 당연했다.


그게 무례도 아니고,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근데 요즘은
별 시덥지 않은 말에도 칼답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부들부들한다.


핸드폰이 사람을 편하게 만든 게 아니라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 것 같다.


핸드폰은 원래 ‘중요한 연락’을 위해 존재한다
나는 핸드폰이 꼭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생각하는 필요는 이런 거다.
교통사고
가족 응급상황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데려가야 할 때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업무
즉, 상식적으로 이해되는 연락.


문제는 요즘 사람들이
이런 연락이 아니라 “감정” 때문에 핸드폰을 쓴다는 점이다.
별일 아닌 감정을 ‘즉시 처리’하려는 문화
요즘은 이런 흐름이 너무 흔하다.
기분이 상하면 바로 연락한다.
“나 오늘 이런 대우 받았어.”
“나 지금 기분 너무 안 좋아.”
“너 나한테 왜 그렇게 말했어?”
그리고 상대가 바로 답장을 안 하면
거기서 또 화가 난다.


상대는 지금 일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이 보느라 정신없을 수도 있고,
잠깐 핸드폰을 못 볼 수도 있는데도.
핸드폰이 생긴 뒤로
사람들이 감정을 ‘참는 능력’을 잃은 것 같기도 하다.
감정이 생기면
내가 소화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던져서 처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걸 당연하다고 여긴다.


직장에서도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너무 많다
직장에서는 더 어이가 없다.
중요한 얘기도 아닌데
업무시간에 아주 자연스럽게 통화를 한다.
누가 쓰러진 것도 아니고,
집에 불 난 것도 아니고,
지금 이 순간 당장 확인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업무시간은 원래 개인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업무시간을
그냥 “자기 시간”처럼 써버린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더 이상하다.
대면 중인데 핸드폰 연락? 왜?
나는 또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


사람을 직접 만나서 대면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연락하는 사람.
도대체 그 연락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그리고 알고 보면 대부분 별일 아니다.
“ㅋㅋㅋㅋ”
“ㅇㅇ”
“어디야”
“사진 보내줘”
이런 걸로
내 앞에 있는 사람과의 대화를 끊는 게
정말 정상인가?
그건 그냥 우선순위를 공개하는 거다.
“너보다 화면이 더 중요하다.”
그렇게 말하는 거나 다름없다.


식사자리에서 핸드폰 보는 건 최악이다
나는 특히 식사자리에서 핸드폰 보는 걸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단순히 매너가 없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이런 걸 보여주는 꼴이다.
“나는 시간관리를 못하는 핸드폰 중독자다.”
“핸드폰을 놓으면 불안해서 못 버틴다.”
“핸드폰을 놓으면 난 거지가 되는 사람이다.”
식사자리는
정보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보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연락이면 이렇게 해야 한다
정말 중요한 연락이면 최소한 이 말은 해야 한다.
“미안, 중요한 연락 하나만 잠깐 할게.”
“정말 급한 일이야. 1분만.”
그게 예의다.
그 말 한마디로
상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근데 그 말도 없이
그냥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건 ‘중요한 연락’이 아니라
그냥 ‘경계 없는 사람’인 거다.


어른들은 핸드폰 예절을 배워야 한다
나는 요즘 어른들이야말로
핸드폰 사용 매너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연락이 아니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연락하는 게 맞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규칙이다.
핸드폰은 편리한 도구지
타인의 시간을 침범할 권리가 아니다.


칼답이 예의가 되는 순간, 사람은 더 불행해진다
요즘은 “빠른 답장”을 예의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예의는
답장이 빠른 게 아니라
상대의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성숙함은
내 감정을 즉시 방출하지 않고
내가 소화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핸드폰을 가진 게 아니라
핸드폰에게 길들여진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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