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일 배운다

자기주장이 없는 아이

by 온도담

내 아이가 자기 주장을 잘 못하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을 못 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어른인 내가 대신 물어봐 주고, 대신 밀어줘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게 정말 사실일까?


어쩌면 내 아이는
‘하고 싶은데 못 말하는 아이’가 아니라
‘별생각이 없는 상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안 해도 그만이고,
지금 이 순간에 크게 욕구가 없는 상태일 수도 있는데
내가 어른의 시선으로
“저 아이는 참고 있는 거야”라고 해석해버린 건 아닐까.


물론 자기 주장은 중요하다.
필요하지 않아 보여도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은
살아가면서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건 다음 단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주장을 하기 전에
먼저 필요한 건
‘지금 내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지 아는 힘’이 아닐까.


그래서 요즘은
아이에게 바로 “말해봐”라고 하기보다
욕구를 알아보는 질문부터 던져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들이다.


오늘 하루 중에 제일 좋았던 순간은 언제였어?
지금 몸은 편해, 아니면 좀 불편해?
오늘은 사람 많은 게 좋아, 혼자 있는 게 좋아?
다시 하고 싶은 게 있어, 아니면 이제 그만하고 싶어?
지금 이 순간에 딱 하나 바꿀 수 있다면 뭐 바꾸고 싶어?
말로 하기 싫으면 그림이나 몸으로 표현해도 괜찮아


이 질문들의 목적은
정답을 듣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기 상태를 느껴보게 하는 데 있다.


주장은 기술이지만
욕구를 아는 건 감각이다.


그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의 자기주장은
아이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될 뿐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 아이를 ‘표현이 부족한 아이’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먼저 보려고 한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참고 있는 건 아닐 수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편안한 상태일 수도 있으니까.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건
자기주장보다 먼저
자기 마음을 느끼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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