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차량에서 배운 것들: 자기주장은 기술이다
하원차량에서 배운 것들: 자기주장은 기술이다
어제 하원차량에서 내 아이를 내리게 하면서, 또 하나 배웠다.
내 아이는 하원차량에서 제일 먼저 내리는 편이다.
그런데 내 아이는 자주 차 뒤쪽, 그것도 안쪽 자리에 앉아닜다가 내리고는 한다.
선생님이 도와주며 내리는데, 내리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내 아이가 제일 먼저 내려야 하는데 그 과정이 길어지면
나는 순간 마음이 불편해지고, 짧게 화가 올라오기도 한다.
‘왜 하필 이렇게 불편한 자리일까?’
‘내 아이가 먼저 내리는데, 좀 더 편한 자리로 앉으면 좋을 텐데.’
엄마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머리로는 다 이해하면서도, 본능은 먼저 반응한다.
아무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같이 탄 아이들은
내 아이가 첫 번째로 내리는지 모를 수도 있다.
알아도 내 아이를 챙겨줄 의무는 없다.
그 아이들도 똑같이 ‘아이’일 뿐이다.
하원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어른들 중에는 효율을 최우선으로 두는 사람이 있고,
누가 어디에 앉든 자유롭게 두는 사람이 있다.
선생님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든, 그것 역시 그 사람의 방식이다.
결국 이 상황은
누가 내 아이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든 것도 아니고
누가 악의를 가지고 “먼저 내리는 아이를 일부러 뒤에 앉게” 만든 것도 아니었다.
현실은 생각보다 자주
악의가 아니라 무관심과 우연, 그리고 시스템으로 굴러간다.
그걸 깨닫는 순간, 내 화는 조금씩 가라앉았다.
결국 필요한 건 “요구할 수 있는 힘”
그러고 나서 결론이 하나 남았다.
내 아이가 만약 내리기 편한 앞자리, 바깥자리에 앉고 싶었다면
스스로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남들이 먼저 알아서 챙겨주길 기다리는 구조는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생각보다 잘 작동하지 않는다.
원하는 자리를 갖고 싶다면,
그걸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정말 현실적인 결론이다.
이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내 아이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자기주장이 강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바로 말하고, 어떻게든 관철시키려고 한다.
예전엔 그걸 보며
‘저 아이는 왜 저렇게 자기주장이 강하지?’
친구들을 때린일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어제는 다르게 보였다.
그 친구는 “문제가 있는 아이”가 아니라
그저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였던 거다.
그리고 그 친구가 앞으로 배워야 하는 건
자기주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듣기 좋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가는 과정이다.
아이의 과제는 둘 다 어렵다
나는 원래 이렇게 생각했었다.
“자기주장을 못하는 아이를 자기주장하게 만드는 게 훨씬 어렵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자기주장이 너무 없는 아이도 어렵지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아이도 어렵다.
한쪽은 계속 양보하며 손해 보고,
한쪽은 계속 밀어붙이다가 관계가 깨진다.
결국 둘 다 조율을 배워야 한다.
그러니까 아이의 성장 과제는 단순하지 않다.
현실은 자기주장 강한 사람이 더 많이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가끔 질투도 난다.
현실은 때때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걸 차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럴 때 자기주장을 잘 못하는 사람은
억울해지고, 위축되고, 질투가 난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
심지어 어떤 날은
‘왜 나는 이렇게 말을 못하지?’
하면서 나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된다.
자기주장은 그냥 “성격”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걸.
자기주장을 세련되게 하는 건 고급 기술이다
자기주장은 단지 “말을 크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
적절한 언어를 고르는 것
상대의 감정까지 고려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그걸 관철시키는 것
이 모든 게 합쳐진 고급 기술이다.
나는 하원차량 앞에서
그 사실을 다시 느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에게 가르치기로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누군가에게 화를 내는 것도, 원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건 단 하나였다.
“필요할 땐 말해도 된다.”
“원하는 걸 요구해도 된다.”
그리고 그 요구는
세련되게 표현할수록 더 멀리 간다는 것까지.
어제 나는 또 한 번 배웠다.
육아는 아이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내가 매일 성장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