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했다. '광고'를 만드는 직업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던 십대 시절부터 꿈꿔왔던 회사다. 합격 발표일부터 첫 출근일 전까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대학 내내 짓눌렀던 취업의 무게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만끽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정말 원하던 회사에 취업했다는 자부심과 주위의 축하 덕분에 마음도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기대와 긴장이 뒤죽박죽 섞인 대망의 첫 출근날, 한껏 부풀었던 풍선이 한껏 쪼그라들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멋진 동기들을 보며 기가 팍 죽었다. 화려한 동기들을 보면서 나 자신이 초라해졌다. 화려한 공모전 수상경력, 창업 경험, 뛰어난 영어실력, 디자인부터 프로그래밍까지 해내는 능력... 동기들의 소개를 들을수록 나 자신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인사팀을 붙잡고 묻고 싶었다. 도대체 이렇게 형편없는 나를 왜 뽑은 거냐고.
타인과의 비교할수록 열등감의 수렁으로 스스로 빠져드는 꼴이라는 것을 알지만 비교를 멈출 수가 없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를 찾지 못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입사 이후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다시 나를 증명해야 한다. 취업을 했다고 인생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이 그리워졌다. 또 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 얼마나 나를 증명해야 할까.
회사가 정해놓은 인재상에 부합해 사원증을 받긴 했지만 정말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는 이제부터 나에게 달렸다. 목에 걸린 사원증이 묘하게 무거워진다. 이제는 취업의 무게가 아닌 사원증의 무게를 감당하는 일의 시작인가 보다. 뭐든 할 수 있겠다는 패기, 혹은 뭐든 해내겠다는 열정이 가득할 줄 알았는데, 그와 다른 좌절과 부담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이유와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이 회사는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내 안의 어떤 잠재력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동경하는 동기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입사할 수 있었겠지. 아이러니컬하게 이 부분이 괴로움이 되기도, 위안이 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해 있을 거라고 믿는다. 믿는 수밖에 없다. 그래, 나도 붙은 이유가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