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나와 함께 해주는데 내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2시 반에 눈이 떠졌다. 불을 켜놓고 잔 것도 아니고,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고요한 밤에 불안만으로 눈이 떠지는 일은 오랜만이었다. 불안으로 잠이 깨는 삶은 비참하다고, 다시는 이렇게 깨고 싶지 않으니 더 일을 미리미리 해놓자고 자신을 다독이면서 일어난 김에 9시 미팅을 더 준비했다. 평소에 7시간 반 이상씩, 평균을 내면 7시간 반이니 아마 나의 '충분'한 수면 시간은 9시간씩 자야 하는 것일 텐데 2시간도 안 자고 몸이 스스로를 깨우는 것이 신기하다. 아마존 회장 베이조스가 스트레스는 해야 하는 일을 안 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하던데. 결국 다 마음의 숙제인 것인가, 잠을 못 자서 그런 것인지 잠을 못 자게 한 원인인 불안감인지, 정신이 불안정한 것 같았다. 아마 둘 다 였겠지. 미팅은 트러블 슈팅으로 잘 마치고, 잠시 눈을 붙였다가 다른 미팅을 듣고, 내가 사랑하는 햇볕을 누리기 위해 친구와 약속했던 산책을 했다. 누군가가 그의 삶을 나와 함께 해주는데 내어준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저 하나의 우주가 나의 삶을 함께 걸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받는 포근한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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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햇볕/산책/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