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든, 너의 하루가 따스한 순간으로 채워졌다면
늦게 자는 것은 아침에 일어날 때에 심장을 무겁게 한다. 밤새 아팠던 허리와 배는 잠으로라도 나를 마취하려는 듯 중력을 몇 배는 증폭시키는 기분이었다. 허리를 필 수 없었다. 결국 아침 수업의 비디오는 끄고, 다시 몸을 뉘었다. 깨어보니 머리가 식은땀으로 푹 젖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의 일기 예보상으로는 오늘까지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 하늘은 그래 보이지 않았다. 날씨예보를 다시 확인하니 비가 올 것이라 했다. 오랜만의 햇볕에 들떠서 마치 골든 리트리버가 자신의 목끈을 물고 사람들의 손에 쥐어주며 산책 가자고 하듯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나 자신은 오늘의 내 컨디션을 예상하지 못했다. 약속은 약속이니 비가 올 경우와 아닌 경우의 루트를 생각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잠에서 막 깼고, 약간 늦었고, 컨디션은 안 좋고, 친구와는 오프라인으로 처음 만나서 내가 낯을 가리고, 여러모로 아주 횡설수설, 이리 쿵 저리 쿵하는 시간이 되었으나 친구는 성격이 좋아 많이 웃었다. 함께 보낸 시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가득했으나, 그 결이 코미디 시트콤의 에피소드 같이 꽉 찬 듯 한 흐름이었다. 나는 어색한 것보다는 웃음이 가득했던 시간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품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핸드폰을 보니 친구로부터 오늘 함께해서 즐거웠다며 메시지가 와있었다. 거실에는 기다리던 물건이 와 있었고, 나는 그 물건을 품에 안고 기절하듯 잠들었다. 길었던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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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땀/골든 레트리버/시트콤/24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