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자신을 이리저리 밀어서 하루를 굴려나가기
기절하듯 뻗어서 눈이 떠진 새벽은 다섯 시 반.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을 혼자 수습해야 한다는 사실에 '이게 혼자 사는 어른의 생활이구나'라는 헛생각을 하며 묵묵히 해내고 다시 지친 몸을 뉘었다. 깊은 수면에 빠졌던 의식은 친구의 전화에 잠이 깼고, 친구는 한인마트에서 사다준 물건들을 건네주러 오겠다며 시간이 괜찮냐고 했다. 인형 뽑기 기계가 집게로 인형을 집어 옮기듯 나는 침대에서 몸뚱이를 집어서 책상에 앉히고 진통제 두 알을 물과 삼켰다. 다시 하루를 살아내야지. 잠도, 일도, 일어날 때, 시작할 때가 가장 힘들지 사실 돌이 굴러가기 시작하면 다시 관성이라는 것이 붙어서 할 만하다. 약과 물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려고 보니 약간 정신과 신체에 잠의 기운이 군데군데 묻어있긴 해도 다시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를 만나서 물건을 받고, 소소한 근황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오니 친구들에게서 받은 생기가 방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새삼 낯선 이 땅에서도 친구들이 있음에 한 없이 감사한 마음. 생각해보면 아무리 지치고 힘든 하루라도 감사할 것은 늘 있었다. 친구에게 사다 달라고 했던 물건은 살치살. 귀한 살치살을 먹기 위해 정갈하게 불 바로 옆에 밥과 양념장을 준비하고, 고깃집에서 먹듯 굽자마자 바로 먹을 태새로 고기를 구워 먹으니 그래도 그것이 행복이 아닌가. 잘하고 있다고 혼자 사는 어른의 칭찬을 해줬다.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내는 어른인지 자신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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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인형 뽑기 집게/살치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