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잡을 수 없는
상담을 하고 싶은 어떤 사건에 대한 묘사를 자신의 시점에서 한번 적어보고, 그 일을 함께 겪은 다른 사람의 시점에서 한번 적어보라고 강연자는 이야기했다.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석하는 화상 세미나라 조용했지만, 강의실이었다면 분명 사각거리는 소리가 가득했을 것이다. 각자 적은 두 시점들을 자발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에서, 자신의 1인칭 시점들은 비슷비슷했지만, 타인의 시점은 읽는 사람마다 꽤나 달랐다. 한 타인의 시점은, 그 사람이 무엇을 겪는지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른 타인의 시점은 그저 치워야 하는 일로 치부하고 담담하게 적어 내려 갔으며, 또 다른 타인의 시점은 1인칭 시점보다 더 감정적이고 혼란에 빠져있었다. 다른 사람이 그 사건을 겪는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꽤나 강렬한 시간이어서, 아마 올해 들어본 세미나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마음을 글로 쏟아내고, 이를 함께 들여다보는 일. 상담가는 따스하고 차분했다. 내가 그 일을 겪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휘저어져 있는데, 그 순간을 함께한 너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이 휘저어져 있겠지.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은 같은 마음일까? 그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내는 것. 지금이 아니면 잡을 수 없는 삶이 준 타이밍의 모래알을 최대한 손에 쥐려고 하는 것.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를 잡으려고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나의 전부가 모래 속에 파묻힌 것 같다면, 모래에 파묻힌 내 상태를 유체이탈한 자신을 바라보듯 살펴보고 다시 끌어올리려 하는 것. 삶의 반짝이는 순간들을, 무기력에, 과거를 돌아보는 데에 파묻혀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내게 있는 것은 현재뿐인데 이 순간은 자꾸 과거 혹은 미래에 몸을 던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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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1인칭/관찰자/상담/마음
진심을 마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