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9 빛나는 곳에 속하고 싶어서

손을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는다는 것

by 한권

그때는 내가 원하는 내 자신의 모습과 내가 그때까지 쌓아온 자신의 모습 간의 간극이 너무 커서. 그리고 내가 속하고 집단에서 바라는 인재상과 내가 걸어오고 길러온 능력이 너무 달라서. 내가 봐도 나는 쓸모없고 무기력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이 싫었어. 수학이 아닌 문학을 좋아하고, 모델링이 아닌 글쓰기를 좋아하는 천성을 지닌 내가 싫고 부끄러웠다. 내가 내 삶을 낭비한 것 같아서, 지금이 아니면 그들의 세계가 내 시야에서조차 영영 사라질 것 같아서, 그들의 삶에 들어갈 자격을 얻고 싶어서,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울며 잠시 눈을 붙였다가 눈을 닦고 일어나서 막차를 타고 다시 출근했다. 조금이라도 더 손을 뻗고, 따라잡고 싶어서. 그 문을 열고 싶어서. 늘 머릿속으로 나의 교육과정 12년, 학부의 4년과 그들이 걸어온 길을 대어보고, '죽도록 노력하면 N 년만에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최단거리를 수도 없이 그렸다. 자기학대여도 좋으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 자신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 물리적인 한계를 지닌 하나의 신체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다 한 것 같은데도 나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혹은 그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가 어려워 보였다. 앞과 뒤, 위와 아래, 좌우조차 알 수 없던 칠흑 같은 아득함. 매일 밤을 새우던 날들. 내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어느 날 출근하면서는 '저 차에 치여서 병원에 입원하면, 그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고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을 벌지 않을까' 내가 고민하고 있더라. 미친 사람 같았다.


문학/수학/이과/문과/잘하는 것/하고 싶은 것

지금은 아득하게 전생같이 느껴지는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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