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4 부활절

내가 숨을 쉬고, 세상을, 나의 하루를 소화하는 방식

by 한권

'글을 써.' '무슨 글?' '뭐든. 삶과 분리가 안될 정도로 그 어떤 것이든 써 내려가.' 취미가 뭐냐고 묻는 사람 중 진지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이렇게 답했다. 상담가라든가, 나를 정말 가까이에서 지켜본 친구라든가, 진지하게 만나고 있는 연인이라든가. 그들은 내게 글을 보여달라고 혹은 읽어달라고 했고, 나는 내가 나의 삶의 조각을 가장 잘 담았다고 생각이 드는 몇 개의 글을 꺼내서 보여주거나,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할 것 같은 단면을 적은 조각을 읽어주기도 했다. 글을 읽는 그들의 표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은 매번 숨 쉬는 것도 잊을 만큼 매혹적인 일이었다. 나의 생각을 담은 펜시브에 다른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 그들의 눈빛이 나의 글을 훑어내려 감에 따라서 나의 감정에 공명해 먹구름이 끼기도, 햇볕이 들기도 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 그들의 표정이 나의 흐름에 따라감에 따라 지금, 이 환경을 잊고 내가 그린 순간에 살아가는 듯한 얼굴이 되면, 그저 그것 만으로도 그 글을 쓴 것에서 나는 나의, 그리고 그 글의 존재 의미가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평생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지는 마음의 고삐를 풀어주었다. 어떻게 하면 더 글의 세계를 내 삶의 중심에 둘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최소 경제 안전망 확보조차 잊고, 한 사람의 몫을 해내는 것까지도 잃고 도낏자루 썩히며 살게 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에 글의 늪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근 10년의 시간. 최대한 '현실적인 삶'을 살려고 무게 중심을 조정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나 나나 우리가 죽는 그 순간에도 펜대를 물고 죽을 것임을 안다'라고 말한 이야기를 쓴 모 대학의 대나무 숲의 글귀를 나는 절대 떨쳐내지 못하겠지.


내가 숨을 쉬고, 세상을, 나의 하루를 소화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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