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5 염습

마음을 닦고 수의를 입혀 보내주는 일

by 한권

'네 몸의 감각을 믿어봐.' 상담가는 배고픔도, 졸림도, 많은 날의 감정들도, 심지어 공황과 PTSD의 신체화 증상들조차 '이게 뭐람'이라고 치부해버렸다는 내게 이야기했다. '네가 아무리 그 사자를 귀여워해도. "저 귀여운 앞발과 탐스러운 갈기를 봐! 저 사자는 매력이 있는 사자야"라고 외쳐도 저 사자는 너를 찢어 죽이려고 했고, 네 몸을 그걸 기억한다'고. 네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그 사자는 내게 그 순간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여러모로 깨닫게 해 주었다. 아직도 그 사자를 생각하는 것은 어딘가 철렁 내려앉고, 가슴을 누군가 압박 붕대로 조여서, 중력이 열 배로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지금의 나 자신은 느낄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나는 이 사자라는 비유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장이 뒤틀리고 손발이 차가워져. 글로써 흩어져 있는 찢어진 감정의 살코기들을, 핏덩이들을 정리하고 이제는 편히 눈감겨서 보내주는 일을 하고 싶은데. 언제쯤 closure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 마음의 장례를 치러서, 서려있는 한을 풀어주고 눈을 감겨 보내는 일. 오늘은 좀 버겁다.


염습: 장례식이나 입관(入棺) 전 죽은 자의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장례 절차.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것을 습, 그 후 시신을 염포로 싸는 것을 소렴, 입관 시 관의 빈 곳에 고인이 생전에 입던 옷을 채워 넣는 것을 대렴이라고 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1-04-04 부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