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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친구가 없다, 그래서 배운 것들

문득 떠오른 한 친구

by 마음계발

친구란 무엇일까?


사전은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을

친구라 정의한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친구란 오래 함께하며 의지가 되고

서로의 마음을 깊이 이해해 주고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고

무엇보다 서로의 성품을 믿고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국 서로를 이해해 주는 존재다.

하지만 그 이해가

언제나 쉽고 가벼운 일은 아니다.




친구의 무게


문득 한 친구가 생각난다.

시댁살이로 힘들다던 그녀는

내가 살던 곳 근처로 이사 오면서

자주 나를 찾았다.


"힘들 때 위로받고 싶어서."


그녀의 마음은 간절했고

나는 그녀의 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힘듦을

열심히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하소연은

점점 나를 지치게 했다.

당시 미혼이었던 내가

시집살이와 육아를 공감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전화를 피하게 되었고

다시 만난 자리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너의 시댁 이야기는 좀 듣는 게 힘들어.

아이를 재우고 남편에게 맡겨야

네가 외출할 수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내가 언제나 네 스케줄에 맞추는 것도

좀 힘들긴 해.

그리고 중요한 건 나도 지금 내 생활이

힘들고 버거워."


내 고백은 그녀에게 배신감과

서운함으로 상처가 되었고

그 후 우리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뒤늦은 깨달음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그녀의 sns에서

내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 친구는 가정환경 때문에

성격이 불안해.'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나는

그 문장의 깊은 마음을 알았다.

그녀가 내게 기대려 했던 건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붙잡아 줄

작은 손길이었다는 것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위로는 공짜가 아니다.

주는 사람에게도

여유와 체력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처음에는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서툰 나는

나의 너무 솔직한 말들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그 끝에는 언제나 손절이 남았다.


힘든 친구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줄걸 하는 아쉬움이

언제나 남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 앞에서는

조용히 한 발 물러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성장


친구의 짐을 받아내지 못한 일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경험은

나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위로에도 힘이 필요하다는 것.

위로는 충고가 아니라

기다림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다림이

또 다른 방식의 배려가 된다는 것.


친구관계가 늘 따뜻할 수는 없다.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아프다.

그러나 그 무게와 아픔을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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