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로 세상과 소통하는 너는, 어떤 냄새가 제일 좋니?
"무아야, 나무에서는 무슨 냄새가 나?
우리 집은 '빠방', '산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순간
어떤 하얀 솜뭉치가 후다닥 달려온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까맣고 동그란 눈을 뜨고 계속 쳐다본다.
"언제 나갈 거냐고?"
하네스를 물고 와서
꼬봉인 보호자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꼬봉 보호자는 옷을 갈아입고
빠방을 타고 강아지님을 모시고 공원에 간다.
공원에 도착한 순간
그 걸음걸음에 마주하는
모든 것들의 냄새를 맡는다.
나무의 냄새를 맡고
풀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무아야, 너는 어떤 냄새가 가장 좋아?"
음... 000 냄새...라고 하면 좋겠지만
언어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아
나는 어쩔 수 없이 추측만 할 수 있다.
다만, 아이가 냄새로 세상을 이해하는 동안
그 시간은 확실히 행복해한다는 거다.
아이가 소통하는 자연 속에는
다른 존재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무만의 냄새, 꽃만의 냄새,
풀만의 냄새를 맡으며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그렇게
세상과 마주하는 것이다.
그럼 난 현재 무엇과 어떻게 소통하고 있을까?
바람을 좋아하던 시절
비를 좋아하던 시절
눈을 좋아하던 시절
야생화를 좋아하던 시절
가을을 좋아하던 시절
파도를 좋아하던 시절
사람을 좋아하던 시절
동물을 좋아하던 시절
여행을 좋아하던 시절
나의 내면이 출렁거렸을 때에는
자연에 나를 몰입시켜 감정을 극대화했다.
대상에 나를 몰입시켜 감정을 극대화했다.
하지만
나의 내면이 고요할 때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다른 존재에게
나의 감정을 이입하지 않게 되었다.
그냥 나로서의 내가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