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구독자 수, 댓글, 랭킹 등
브런치는 분명 SNS이다.
SNS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한동안 이 공간을 떠나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에
어느새 최신 글들을
쭉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조금 빠르게 읽는 나의 특기가
이럴 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끝없이 올라오는 글들을 따라
스크롤을 내리는데
어느 순간 나는 그 글들 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 있었다.
신기했다.
브런치 시스템은 분명 SNS인데
그 안의 글들은 ‘살아’ 있었다.
누군가는 현재를 기록하고
누군가는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고
누군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해
천천히 마음을 열어두고 있었다.
그 글들은 ‘정보’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브런치의 글들은 과장하지 않는다.
자신을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꺼내 놓는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만난 여행자들이
불필요한 수식 없이
자기 이야기를 나누듯
브런치의 작가들도
그렇게 글로 자신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 사실이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어떻게 이 공간에서는
가면 없이 드러날 수 있는 걸까.
왜 이 공간에서 글들은 솔직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건 결국 ‘마음’이었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한 문장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
그 모든 힘은
‘솔직한 마음’에서 시작된다.
진정성은 기술이 아니라
마주할 용기에서 시작된다.
작가의 마음과
독자의 마음이 맞닿는 순간
글은 비로소 살아난다.
우리는 그 글들을 읽으며
타인을 이해하고
글을 쓰며 나를 이해한다.
결국 브런치에서는 그들의 ‘용기’가
따뜻한 온도를 만들어 내는 힘이 된다.
나는 여전히 브런치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브런치의 ‘글’을 사랑한다.
한 인간의 생로병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 경험을 사유하며 써 내려간 문장들은
어떤 책보다도 더 깊고 소중하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세계와
내가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여기서는 매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
그 모든 이유의 중심에는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다’라는
나의 바람이 있었다.
브런치가 바로 그런 공간이다.
브런치는 타인의 인생을 몰래
엿보는 곳이 아니다.
당당하게 ‘좋아요’를 누르며
그들의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문이다.
브런치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은
나의 이야기를 읽는 듯한 순간이 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의 문장인데
그의 고백이 내 마음 깊은 곳을
조용히 건드리고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깨닫는다.
브런치를 떠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타인의 삶을 읽는 즐거움’이 아니라
‘타인의 글을 통해 마음이 연결되는 순간들’
때문이라는 것을.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서로의 글을 빌려 자신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브런치라는 이름 아래
보이지 않는 연결이 은근히 흐르고 있다.
브런치, 이곳은 분명 삶이 흐르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흐름을
“함께” 건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