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졸업했어요!
퇴사.. 아니 <졸업>했습니다.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리고 이 글은 내 소식을 전하는 글이기도 한데, 조금은 씁쓸한 내용이기도 하다. 2018년 7월 16일을 시작으로 약 2년 7개월 간 몸 담고 일했던 당근마켓을 2021년 2월 28일부로 떠나게 되었다.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님이 그의 저서인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퇴사'라는 말 대신에 '졸업'으로 표현한다는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졸업은 언제든지 정겹게 다시 찾아갈 수 있는 이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당근마켓은 퇴사라는 말 보다 졸업이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리고 그 말에 부응하듯 당근마켓을 졸업한 지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을 기준으로, 며칠 전에 사무실에 놀러 갔다 왔다 :D )
2년 반 동안 당근마켓에 있으면서 돌이켜보니 참 많은 걸 보고, 듣고, 배운 것 같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서비스를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하며 고군분투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당근마켓에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없지만 됐으면 하는ㅋㅋ)인 마케팅 팀장, 멋지고 존경하는 니콜(최정윤님)과 둘이서 달려왔던 초기 당근마켓의 시간들이 특히나 많이 떠오른다. MAU 100만이 채 안될 때 합류해 어느새 1,500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눈을 떠보니 마케팅팀도 어느덧 5명이 되었고, 소중하고 훌륭한 동료들을 만나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니콜과 더불어 콘텐츠 마케터 린다(김한울님), 브랜드 마케터 제롬(이승원님), 퍼포먼스 마케터 제이스(장우정님)와 함께한 날들은 축복이었고 나오고 뒤돌아보니 꿈을 꾼 것만 같다. (이름은 가나다 순이에요. 여러분)
이렇게 훌륭한 동료들과 한 팀에서 언제 또 일을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들곤 한다.
그래서, 이런 좋은 서비스와 훌륭하고 소중한 동료들을 뒤로한 채 졸업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고 묻는다면..
올해는 저에게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되겠습니다.
기존에 4년 가까이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이젠, 프로그래밍이라는 길에 도전하려고 한다. 예전부터 계속하고 싶었던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특히 당근마켓에 있으면서 훌륭하고 똑똑한 개발자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보고, 듣고 지내면서 내 마음이 더 요동친 것 같다.
몇 편 되진 않지만 당군신화의 내용을 담은 독립출판물을 내보기도 하고, 면접에서 내 글을 읽었다고 말씀해주신 분들, 응원해주셨던 분들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심지어 처음 뵙는데 팬을 자처하셨던 분들, 쑥스럽고 민망하지만 기분이 좋았던 건 사실이다. (진짜루)
당군신화에서는 조직문화와 관련된 글이 주를 이뤘는데, 우리는 정말 문화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력하는 건 사실이지만 내 문장들이 곧 당근마켓을 보여주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이미 쏟아진 물..)
왜곡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커지고 성장하면서 당연히 일부 변화되는 것들도 있다. (구성원이란 말도 내가 사용하자! 하고 글도 올린 것이다)
어찌 됐건 당근마켓은 여전히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좋은 회사가 분명하다. 내 목표 중에 하나도 좋은 개발자가 돼서 다시 당근마켓에 가게 되는 것. (가능할진 모르겠다. 아니 가능해져야 한다..!)
당군신화는 이제, 여기서 막을 내리지만 한원아의 개발신화는 이제 시작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전 이제 개발 공부하러..)
마지막으로 당근마켓 졸업식에서 동료들로부터 받은 소중한 추억들. (린다와 제이스가 영상도 만들어줬다.. 감격..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