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당군신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원아 Jul 28. 2020

직원이 아니다. 구성원이다

당근마켓팀이 서로를 부르는 방식

입술의 30초가 마음의 30년 된다.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지만 예능인 유재석이 한 말이라고 한다. 이 문장은 그만큼 말 한마디가 주는 무게감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입에서 쉽게 내뱉는 말 하나가 상대방을 '캡'으로 만들 수도 있고 '쩌리'로 만들 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은 스스로를 '캡'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쩌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것이 한순간이든, 또는 30년이든.




당근마켓팀은 전사적으로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은 조직이다. 나는 당근마켓 마케터이기도 하지만 당근마켓 문화팀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문화팀은 당근마켓의 기업문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 해볼만한 주제를 생각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해당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팀만 기업문화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당근마켓팀은 전사적으로 기업문화에 관심이 많으며 문화팀은 '조금 더' 관심이 많을 뿐이다. 또한, 문화팀은 문화를 바꾸려고 만든 조직이 아니다.


문화팀에 소속되어서 일까, 아니면 마케터 DNA가 몸 곳곳에 퍼져 있어서 일까 나는 가끔 단어 하나에 굉장히 집착하거나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있다. 특히 '직원'이라는 단어에 상당히 집착한다.


직원(Employee) :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 고용인.


보통 직장에 속한 사람을 직원이라 부른다. '우리 회사 직원이에요', '직원들의 복지를 생각해요' 등 어쩌면 직원이라는 말은 굉장히 당연하거나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라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직원이라는 말에서 주는 한계가 존재한다.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 또는 직장에 소속된 사람. 또는 Employee. 다르게 말하면 회사가 고용한 사람. 고용을 당한 '객체'.




회사란  사람,  사람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조직이다. Company라는 말의 어원도 '함께(com) 빵(pan)을 먹는다'는 데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  사람  사람이 '주체' 되어 행동하고 실현하는 것이 바로 회사다. 우리말로 한솥밥 먹는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직원이라는 말은 상당히 씁쓸하고 약간은 외로운 존재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이끌고 거기에 따라가는 느낌을 주니까. (회사는 대표가 이끌고 직원들은 따라가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한다면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구성원(Member) : 어떤 조직이나 단체를 이루고 있는 사람. 일원.


직원이라는 말 대신 구성원이라는 말을 쓰면 어떨까. 구성원 또는 Member는 조직이나 단체를 이루고 있는 일원이다. 즉 구성원이라는 단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주체'로 인정하고 있는 단어가 된다. Member의 어원에서는 '신체의 일부'라는 뜻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대로 회사에 옮겨보면 '회사라는 신체의 일부'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영어의 어원은 참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다)


직원과 구성원. 한 음절만 더 말하면 되는 이 단어가 주는 소속감은 상당하다. 그리고 뭔가 구성원이라는 말에서 주는 느낌이 더 따뜻해 보인다.




한 명, 한 명을 주체로 생각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당근마켓팀은 서로를 구성원이라 부른다. 입술의 30초가 회사의 30년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며.


우린, 직원이 아니다. 구성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면접관으로서 가져야 할 자세 그리고 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