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에 관하여(2)
지난 글에서 피드백에 대한 내 생각을 짧게 써보았다. 요약하면 피드백은 입력과 출력이라는 것이 있고 핵심은 출력을 통해 입력을 바꾸는(또는 바뀔 여지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자세한 내용은 지난 글 피드백은 깨달음이다를 참고하면 되겠다).
지난 글 막바지에 '다음 장에 내가 매일 사용하고 있는 스스로 피드백하는 방법에 대해 다뤄본다'라고 썼었다. 내가 스스로 피드백하는 방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피드백은 '누군가'가 해주는 것이라는 그림이 떠오른다. 그 말은 즉, '누군가'가 있어야 피드백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멘토나 동료가 주변에 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또한 회사나 내가 업무 하는 데 있어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만 내 평상시 생활에 대해서 피드백을 줄 사람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스스로 피드백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에게 피드백을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도 쉽다. 우리는 이미 그런 방법을 한 번쯤은 해봤거나 현재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초등학생 시절 선생님에게 매일 검사를 받으며, 오늘은 어떤 주제를 쓸지.. 방학이 되고 개학이 가까워질 때 즈음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며 돌려막기 하던 그것, 바로 일기이다.
일기는 오늘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글로 남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한 번쯤 스스로 피드백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앞선 글에서 설명한 깨달음까지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일기란 사실적 상황을 묘사하는 글이다. 그리고 좀 더 떠올려보면 우린 언뜻 그래서 '좋았다'같은 느낀 점을 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느낀 점, 구체적인 깨달음(반성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부터 스스로 피드백을 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일기는 아니다). 이 방법은 스스로 객관화를 하고, 나를 더 개선하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가 현재 형태로 정착한 것이다. 하면서 뭔가 비효율적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계속해서 바뀔 가능성이 있다(결국엔 내 방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앞에서 일기 얘기를 한 이유는 일기와 비슷한 형태인데 짧은 깨달음, 반성 등이 동반된 글을 쓰는 것이 이 피드백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매일 - 일주일 - 한 달 - 1년이라는 기본적인 패턴으로 진행된다. 그럼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간단하다. 오늘 있었던 일들 특히 내가 실수를 했거나,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고치고 싶은 것 등이 생겼다면 그런 것들을 기억해뒀다가 다음 날이 되기 전에 기록한다(또는 생각나면 바로 기록해도 좋다). 기록은 노트도 좋고, 노션이든 스프레드시트든 내가 보기 편한 곳이면 다 괜찮다.
너무 길게 쓸 필요도 없다. 1~2 문장이면 족하다. 그렇게 일주일치를 쌓는다.
보통 일주일 끝 지점은 주말(일요일)이 될 것이다. 월요일을 준비하기 전에 일주일 동안 매일 기록했던 나에 대한 피드백 글을 쭉 본다. 여기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이벤트나 내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보일 것이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그걸 이번 주의 대표적인 피드백으로 삼고 마찬가지로 1-2 문장으로 쓴다. 쉽게 말해서 월화수목금토일 7개의 피드백 글 중 핵심 요약 글을 쓰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대충 한 달은 어떻게 하는지 짐작할 것이다. 짐작한 그대로 일주일 동안 쌓인 글 중에서 많이 언급된 이벤트 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을 1-2 문장으로 쓴다.
위 내용 반복이다. 사실 1년까지 갈 필요는 없긴 하다. 왜냐하면 호흡이 길기도 하고, 한 달, 한 달 지나가면서 위 방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면 이미 스스로 피드백을 하면서 어느 정도 나를 객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뭔 소린지 잘 모를 수 있는 분들을 위해 내가 스프레드시트에 쌓고 있는 피드백 이미지를 가져왔다. 이미지만 봤을 때도 잘 모를 수 있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 첫 번째 왼쪽 열은 매일 피드백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날그날 반성이나 실수, 깨달음 등을 적는다. 안 적은 날도 있고 까먹은 날도 있다. 안 적은 날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쓰지 않은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하는 일에 강박을 가지고 '매일 써야 돼', '하루라도 안 쓰면 안 돼' 같은 생각으로 하다가 금방 지친다. 그래서 나는 이런 것들을 할 때 최대한 유연하게 한다.
두 번째 주간) 피드백 요약이다. 일주일치 글을 쭉 보고 그중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을 썼다. 월간) 피드백 요약은 더 이상 설명을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기대효과는 자명하다. 내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나 약점이 되는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이걸 생각으로만 알고 있을 때와 직접 글로 써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생각한다. 생각으로만 남게 되면 금방 휘발될 가능성이 있지만 어딘가에 남아 있으면 의식하게 되고 나아가 개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장을 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하루하루 스스로 피드백을 해보길 바란다.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조금씩 따라 해 보면서 자신의 방법을 찾으면 언젠가 성장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