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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al Song Sep 25. 2015

Oneal의 클래식 정복기 #15

이별 다반사:안녕! 아저씨

언제나 이별은 있는 법. 영화제를 하면 만남과 이별은 흔하고 빈번하게 생겨납니다.

10명 남짓한 사람으로  시작된 일은 여름으로 가까워 지면 60여 명의 사람으로 늘어 났다가는 8월이 끝나면 다시 10명 정도 만 남기고 모두 떠난다.  이렇게 몇 번 만 반복되면 새로운 사람이 오거나 왔던 사람이 다시 오거나 크게 괘념치 않습니다. 


특별히 정서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반응을 닫는다.  쿨하게!! 아저씨는 쿨한 척 한다! 쿨 한 게 멋지다고 생각한다! 


4월부터 7월 말까지 새로운 스텝들이 계속 늘어난다. 그러나 올 해는 나랑 일하다가 중간에 급하게 그만 두는 사람이 생겼다.

그녀는 나에게 일요일 한 밤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미 눈물이 가득한 목소리로 사정을 말했습니다.


그녀, 제천의 딸은 어느 날 '휙' 하고 떠났습니다. 우리는 제천에서 나고 자란 스테프를 별칭으로 '제천의 딸'이라고 불러 줍니다. 그녀는 제천의 딸 답게 우리 모두를 향해 수줍게 큰 목소리로 술 취해 외쳤섰습니다.

'저는 제천영화제가 너무 좋아야' '저는 제천영화제랑  결혼할 거예요' 

 

자랑스럽게 자신의 애사심을 들어내며 그녀는 엘사처럼 뱅글뱅글 돌았습니다. 마법에 걸리 아름다운 공주처럼 뱅글, 뱅글.


 '전 제천 영화제랑  결혼할 거예요'

 '남자랑 결혼해야지'

제가 소리쳐 주었습니다. 
"아니요. 전 남자보다 영화제가 좋아요" 


그녀는 제천의 딸 답게 자기 도시에서 하는 영화제를 너무나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떠났습니다. 늘 이별은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있지요.

가겠다는 사람 앞에서 제가 늘 고민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떠나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보내 주어야 하나, 가지 말라고 잡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

아무렇지 않게 보내는 것은 쿨한 척 하려는 게 아니고요, 가는 사람 맘이 더 무거울 것 같아 힘들지 않게 보내주려는 맘이고요,
가지 말라고 잡는 척이라도 하는 것은 떠나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듬뿍 담아 드림으로써 떠나는 사람에게 우리의 애정을 전해 주고 싶음 맘이지요. 


그러나 언제나 쿨한 척 하며 보냅니다. 자신이 떠나기로 맘 먹었으니 '가'하고 말도 길게 안 하고 악수도 안 하고요.

 전 쿨한 아저씨이고 싶으니까요, 행여  잘 가라 꼭 안아주었다가 눈물이라도 흐르면 큰일 이니까요.


어떤 사람은 우리가 보내야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경우도 아주 가끔, 아주 가끔 생기기도 합니다.
인성이나 적응, 사람들과의 관계 설정 이런 것 과는 하등 상관없이 일의 능력이 예상치 보다 부족한 스태프가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스테프는 아프지만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친구에게 그 것을 알리기 전까지 결정하는 사람은 며칠 동안 잠을 설치고 고민합니다. 그리고 다른 스테프장들에게 몇 번이고 묻고 또 묻고 의견을 듣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 단호하게 말합니다.

"보내. 조금 지나면 괜찮을 거야. 그리고 이별은 단호하게 그게 좋은 거야"

머니볼이라는 영화 속 장면 중 단장이 선수를 보내는 법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참 부단장에게 빌리 빈이 선수 트레이드나 웨이버 공시를 해야 할 때 선수에 대하는 법. 

"가슴에 여러 번 쏴서 죽일래, 아니면 머리에 대해 한 방에 쏠래"

이별은 한 방에 정확히. 

" 잘 가" 그리고  말없이. 

가기 전 꼭 껴안아 줍니다. 남자 스태프라도 꼭 잠시 동안 맘을 나누게 꼭 껴안아 줍니다.

"내가 무능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야. 실력은 조만간 생길 거야. 기다려주지 못 해 미안해. 너에게 가르쳐 줄 시간이 없어서 미안해, 잘 가"라고 맘 속으로 속사이는 대사가 다 흐를 때 까지 꼭 안아 줍니다. 


단 2달 정도만 길어야 3달 정도 일해야 할 스텝을 교육시키고 능력을 향상할 시간을 줄 여력이 없는 구조의 일, 가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이별은 어쩌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열악한 처우,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 부족. 이런 것 들이지요.

작년 이맘때 7년 넘게 일한 스테프를 떠나 보냈습니다. 가끔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더 좋은 새 직장을 얻은 그녀는 저희를 친정이라고 표현합니다. 늘 그녀를 보면 시집 간 여동생을 보는 친정 오빠 같은 맘이 듭니다. 그녀도 또한 제천의 딸이 이었지요. 그녀가 남긴 한마디.


 "안녕! 아저씨"

이별은 다반사.

나의 고수 전 프로님이 내 연재를 읽고 있으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프로님이 스승으로 삼은 적 있는 분의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저에게는 사조가 되는 분이지요.

'이 한 장의 명반-안동림지음 출판 현암사' 


이제 클래식을 위해 독서를 해야 할 때에 이르렀나 봅니다. 
전 프로님에게 이별을 위한 명곡을  추천받아야겠습니다.


쇼팽의 이별곡(피아노 손열음) : https://www.youtube.com/watch?v=jc7BVt9eQ1M

고수께서 직접 추천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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