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eal Song Jan 11. 2016

Oneal의 클래식 정복기-시즌 2

shell we dance* 빈 필 & 메가박스

'셀 위 댄스?'

삶이 고만 고만한 중년 남자에게 아리아리한 예쁜 소녀 같은 여자가 살며시 손을 내밉니다.

중년의 삶을 흔들 그 여자, 그 남자는 그 여자에게 빠져들거나 손 내밀며 여자가 한 말에 빠져들거나 하겠지요.

예쁜 소녀 같은 여자 손과 같이 다가 온 유혹의 말.
"춤추실래요?"
춤을 춰야 할까 사랑에 빠져야 할 까, 중년 남자는 춤에 빠져들고 새로운 삶의  여명을 맞고 유혹의 손길을 내민 여자와 아슬아슬 썸을 탄다는 그 영화.

그 영화의 제목은 '셀위댄스'


"사모님 춤 한 번 땡기실래"

옛날 카바레 제비 멘트를 우화하게  승화시킨 영화, 그 영화를 본 극장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봅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클래식 콘서트.

음악 중심의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일하는 나는, 영화관에서 클래식 콘서트를 보는 것에 익숙해야 할 사람 중에 1인,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여름 뜨거운 8월의 음악 영화제,  그 곳에 일하는 우리들은 단 한편의 음악영화도 극장에서 볼 수 없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틈도 없이 미친 듯 바삐 일하기 때문이죠.

물론 클래식 콘서트가 음악영화는 아니지만 극장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은 나한테도 낯설고 신기한 도전 같습니다.


매일 영화를 보지만요 눈에 집중하지 귀에 집중하지는 않지요.

귀에 힘을 주어야 한다니, 팝콘을 사도 되나 안 되나, 같은 간 사람과 한참 토론을 합니다.

모두 다 소리에 집중하는 데 팝콘을 씹는 소리, 빨대를 '쪽' 빠소리가 폐가 되지 않을 가 한참 갑론을박 합니다


"표 살 때 음식물 반입금 인지  물어보고 결정하자!" 같이 간 사람이 제안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메가박스입니다."

 청량하고 맑은 그녀들의 목소리. 목소리가 좋다가 느끼는 것은  노동에 대한 예의 없음 일까?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고 조심스레 묻는다.
"음식물  반입 금지입니까?"
"아닙니다"

청량하고 맑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목소리.


'팝콘, 팝콘. 나는 팝콘이 좋아요, 달콤한 캐러멜 팝콘, 양파 팝콘이 고소하다지만 전 캐러멜 팝콘이 좋아요. 콤보로 사면 콜라도 먹고 환타도 먹고, 그래요 극장에서는 팝콘을 먹어줘야지 축제의 완성!'


"영화 보로 영화관 오나 팝콘 먹으로 영화관 오지"

나와 같이 간 사람은 신이 나서 콤보를 사고 극장으로  돌진합니다.


2016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2관. 메가박스.


"랄랄라. 송년 음악회, 재야 음악회, 신년 음악회, 음악회 삼단 콤보 완성. 빈 필로 귀를 씻어 보자. 클래식에 조예가 깊지 않으니 역시 브랜드에  현혹되는 법.  기대한다네 빈 필하모닉."


셀위댄스의 그 남자가 추웠던 춤, 왈츠 던 가? 폴카가 아닌 것은 확실 한데.


빈 필의 신년음악회는 신난다. 왈츠와 폴카.  댄스 음악이 주를 이다. 신나는 춤곡. 기악은 춤추기 위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듣기만 하는 음악이 클래식이라는 생각은  편견일지 모른다는 생각. 역시 음악은 춤과 함께 아닌가, 춤 없는 음악은? 재즈도 그랬던  것처럼, 신나는 댄스로 시작해서, 그게 스윙이던가, 어쨌든 클래식에도 장르가 있다.
대중음악에도 락도 있고 메탈도 있고 댄스도 있듯이 클래식에도  이것저것 많다.
특히 댄스도 있다.

춤 없는 음악은 앙고 없는 찜빵, 아니 팥은 없고 야채만 든 배신자.


그렇다 이제 클래식 틀어 놓고도 춤출 수 있다. (물론 발레 음악도 있지만 그 음악에 맞춰 발레를 할 수 없지. 왈츠를 틀어 놓고는 막춤은 출 수 있을 것 같다)


신년 1월 언젠가 일요일 아침 왈츠를 틀고 같이 사는 사람에게  말해야겠다.
"셀 위 댄스"


Wiener Philharmoniker - Radetzky-Marsch, Op. 228

https://www.youtube.com/watch?v=devpasbOcSI


전날 재야 음악회 레퍼토리 중에 말러가 있었다. 같이 보신 클래식 기획자가 말했다.
"아니 무슨 재야 음악회에 말러야, 한국은 말러를 알아야 클래식 좀 듣는다고 생각해!"
말러가 누군지 모르지만 신년음악회를 보니 알 것 같네요.
"말러 얼어 죽을 그저 신나게 왈츠가 좋아요" 그렇다. 말러는 정기 연주회 때 멋지게.


팝콘을 들고 극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고상한 클래식 팬들은 가볍게 물병만 들고 계시었다. 그래서 빠르게 약 상영 20분 만에 팝콘 대자와 콜라 환타 각 1컵을 먹어 치웠다.


*2016년 1월 10일 파리 사진. 같이 사는 사람 파리 갔다. 비 온다며 사진 보냈다. 아! 로맨찌구 그루미 선데이 인 파리!

매거진의 이전글 Oneal의 클래식 정복기-시즌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