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移徙,빈곤의 여정, 알프레드 브레델,피아노
이사는 빈곤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사-현재의 거주지에서 새로운 거주지를 선정하고 이주하는-과정동안 나는 매 순간 나의 가난에 대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되뇌었습니다.
이사의 시작점인 거주지 이동 원인도 빈곤 때문입니다. 현재의 거주지에서 현재의 내가 가진 자산으로는 더는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보증금의 상승을 감당할 만큼,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 집을 가질 수 없을 만큼 난 가난하다.
이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되면, 내가 사는 집이 내 집이 아니고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구나를 깨닫게 된다.
"집은 사면 짐이야" 같이 사는 사람의 말은 그녀가 나를 위안하기 위한 말인지, 그녀가 그녀 스스로를 위안하는 말인지 알 수 없게 중의적이지만, "우린 집이 없어, 그치?"라는 지적이다.
그렇다.
집이 없다.
집이 없는 자는 새 둥지를 짓지 못하고 새 둥지를 빌리로 다닌다.
"요즘 시세에 그 돈으로는 전세를 못 구해요."
옛집은 일산, 새로 가고 싶은 곳은 서울의 어느 곳.
전세금의 90%로는 빚. 그러나 그 돈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텃새가 아니라 철새"라고 우기고 싶다.
서울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서서 하늘을 본다, 물 마시고 물 넘기려는 새 마냥, 둥지가 없어 먼 서식지로 이동하기 전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울부짖는 새 마냥, 하늘 보고 울부짖는다.
밀리고 밀리고 밀려 월급의 25%를 월세로 내야만 하는 집을 겨우 구한다.
공포가 밀려온다. 실직은 죽음이다. 실직하면 집세도 못 내고, 집세를 담보할 보증금도 날리고, 이제 직장은, 잘리지 않기 위한 투쟁의 장이 된다, 비는 안 오고 갈증은 커져 간다.
이삿짐 날라 줄 사람을 정한다. 기준은 단 1푼이라도 싸게 견적을 내어 줄 곳. 몇 사람이 집에 와서 견적을 낸다, 직장에서 부랴부랴 집으로 견적 낼 사람을 만나로 퇴근 시간을 헤쳐 달려간다. 몇 번 퇴근 시간보다 빠르게 회사를 나간다. 눈치를 본다. 줄타기, 회사에 들키지 않기와 이사비용을 줄이기 사이의 아슬아슬한 곡예, 이러다 찍히면 이사가 퇴사가 된다.
이사 비용은 월세의 2배. 이사비가 비싼 건지 내 월급이 적은 건지. 기준이 혼란스럽다. 내 삶이 혼란스럽다. 내가 살아온 삶이 혼란스럽다, 난 가난한 거야.
빈곤의 재 인정. 지장 위에 도장을 또 직은 기분, 가난하고 또 가난하다.
이사를 한 다음날 아침 옛날 집주인이 협박을 한다.
"집을 그렇게 더럽게 쓰면 어떻게, 그리고 하수도 막혔으면 고치고 나가야지. 돈 보내. 수리비 보내!!" 옛 집주인이 깽판이 시작된다. 이사하면서 버리고 온 쓰레기 때문에 구청에서 민원이 왔다는 협박과 함께...
머리띠를 질끈 매고 나와 사는 그녀는 투쟁을 선포한다. 아내를 다독이고 돈을 보낸다. 옛집과는 끝. 마지막 10만 원을 삥뜯긴다. 소고기 먹고 싶다. 소고기 10만 원이면, 소고기, 어느 개그맨의 명대사가 흐른다.
"소고기 먹으면 뭐 하겠니......". 체하도록 소고기 먹고 싶다.
이삿짐 정리. 그 짐들 속에 낡은 짐들이 수북하다. 이 낡은 것들을 왜 못 버릴까? 버리면 사야 한다. 사려면 돈이 든다. 정말 못 사용할 만큼 낡은 것들을 선정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사할 때 버릴 걸, 버릴 때도 돈이 든다. 살 때도 돈, 버릴 때도 돈, 태어날 때도 돈, 죽을 때도 돈. 죽을 때 드는 돈은 누구에게 전가하고 죽을 가.
이삿짐 속에 역사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나온다.
알프레드 브렌델, 피아노 연주, 전집. CD30장짜리 전집. 이게 언제 어떻게 여기에 있지?
이런 소비가 나의 빈곤의 시작점 아닐까라는 질문이 든다.
이 전집 얼마 주고 산 걸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제에 비싼 클래식 시디를 사다니, 그것도 듣지도 않을 거면서, 이런, 이런. 반성이 흐르는 시간.
이사를 하고 한 달이 지나서 겨우 집다운 집이 되었다. 나의 책상 위에 낡은 컴퓨터와 스피커를 연결한다. 음악을 들을 여유, 음악이 흐르지 않고 반성이 흐른다.
"빈곤. 클래식은, 이 주제(가나 한 주제에)에 가당키나 한가?" 아직도 CD플레이어는 사지 못 했다. 비싸지도 않은 CD플레이어 못 사는, 집도 없는 주제에 클래식 CD나 사고.
그러나 CD를 뜯는다. 이미 산 걸.
"근데 알프레드 브렌들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주워 들었길래 전집을 샀을 가?" 기억의 빈곤. 클래식 지식의 빈곤. 그래도 삶은 살아야지. 죽기 전까지는 삻아야지. 의무.
"메멘토 모리" 그래, 잘 기억한다. 등 뒤에 늘 죽임이 있는 걸, 그래도 죽기 전까지는 살 거다.
음악도 겨우 흐른다. 잡념을 밀어내고 피아노 협주곡이 흐른다. 알프레드 브렌들의 피아노가 흐른다.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모짜르트의 음악은 왠지 신난다. 신난 건만 들어서 그렇겠지, 모짜르트 음악에서 신나지 않은 것도 있을 텐데, 무식한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모짜르트는 신이 나요."
둘이 누울 방 하나, 옷을 넣어 둘 작은 쪽방 하나, 부엌인지 거실인지 모호한 거실, 출입문과 거실 사이에 또 다른 문은 사치, 거실에 책상 두 개를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기적.
그 책상 위에 놓은 낡은 컴퓨타가 CD를 탈탈 거리면 거기 연결된 디지털 컨버터를 거쳐, 중고 엠프를 거쳐 싸구려 스피커를 타고(이래도 엠프형 스피커라고 컴퓨터용 스피커가 아니고) 피아노가 달린다.
신나게, 신나도 되는 건지는 영 모른다.
처갓집에는 아직도 아내가 어렸을 적 썼던 낡은 전자 피아노가 있다. 그것을 옮겨올 만한 집에, 아니 피아노를 사놓을 수 있을 만큼 돈이, 집을 살 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는 영원한 의문.
"집은 짐이다."
위안하면서 산다.
https://www.youtube.com/watch?v=JFafKydXmeY
알프레드 브렌들
겁네 유명한 피아니스트. 체코 사람. 알프레드 브렌델 검색하면 무조건 뜸. 늘 느끼지만 피아노 치는 남자, 멋있음. 내가 들은 CD버전과 이 유튜브 버전이 일치하는 지는 몰라요.
CD 버전:
PIANO: ALFRAD BRENDAL
Orcheatra of the Vienna Volksoper,Wilfried Boettcher
Record:195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