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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al Song Jul 09. 2016

Oneal의 클래식 정복기-시즌 2

Cavalry charge, 찬란한 죽음을 향한 질주, 로시니

처음 질문은 글을 쓴다는 것은 뭐지였습니다.

묵혀 놓은 노트를 꺼냈습니다. 버려두었지만 용케 이삿짐에 딸려와 내 책꽂이에 잘 있어 주었던 노트였습니다. 그 노트에는 오랫동안 써 오던 소설이 뭉쳐둔 폐휴지 덩어리처럼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소설을 써야지 하는 헛짓으로 막 써 갈겼던 덩어리였습니다.

어떤 얘기가 흘렀왔는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사라진 기억 탓에 멈칫 멈치 주눅이 듭니다.  쓰자, 쓰자 나를 다독다독, 펜을 밀어 보지만 온 몸이 돌처럼 굳어지고 혈관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통증.

통증이 실제인지 통증이라는 망각인지 불분명 하지만 고통은  크고 아픕니다. 아프다. 이렇게까지 글을 써야 하는 건가 나에게 묻습니다. 악마의 검은 사술(邪術)이 옥죄어 오는 공포, 공포를 벗기 위해 노트를 덮습니다. 악어의 입을 억지로 닫은 노트. 쓰기를 포기하자 다시 피가 흐르고 몸이 통증이 사라집니다.

글을 쓴다는 게 나에게 무엇이길래, 이렇게까지, 신의 사명을 벗어난 죄인처럼, 천륜을 흩트려 뜨린 업을 뒤집어쓴 것 같은 패륜아처럼, 이렇게까지 힘겨워야 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너에게 무엇이냐, 그게 그렇게 너에게 절대적인 것인 것이냐?" 답이 없는 질문. 일생을, 답이 필요 없는 헛된 질문만을 품다 , 세월을, 젊음을, 삶을 낭비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그 굴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언제쯤 어른이 될까요, 언제쯤 세상을 알가요' 이문세의 노래가 버퍼링 되어 머리를 휘돌아 다닙니다.

원자를 돌아다니는 전자처럼, 끝없이 돌도 돌고, 위치를 알 수 없게 이리저리 도약합니다.

어지러운 나의 매일! 나의 혼돈!

나라는 원자는 언제 안정되어 세월을 견디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은 사람이 되자"

이 다짐은 불가능에 대한 추종.

나은 사람이 된다면 글을 쓰고 책을 쓸 수 있을까요? 

책을 하나 쓴다면 기병에 대해 쓰고 싶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기병에 관한 영어 자료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독해 학원을 다녔지만 영어는 늘 지 않았습니다. 늘 한 발 나아가고 , 나아지는 사람이 되지 못 합니다.

기병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든 것은 폴란드 기병의 찬란한 돌진 때문입니다.

사실이라는 설도 있고 독일군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독일 전차- 기계 덩어리-를 향한 한 마리 말과 거기 올라탄 기병들의 찬란한, 죽음을 향한 생의 마지막 돌진, 그 위대한 삶의 종지부를 향한 질주에 반해서입니다.

낭만적인 죽음, 가혹하지만 너무나 고결한 그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조국을 위해서 일 수도, 가족을 위해서 일 수도, 그 무슨 이유이든, 그 무언가를 위해, 뒤를 버리고 앞을 향한 질주.

"모든, 뭐든 사랑하는 것을 위해 나는 죽으리라."

아라발의 '전쟁터에서의 피크닉'에는 과거의 기병을 찬양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언젠가 한 번 그 배역을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맘을 품은 적 있습니다. 막 연극을 시작하고 배우가 되고 싶어 했던 시절, 질주하는 기병을 찬양했던 그 대사를 멋지게 해 보고 싶었던, 아주 오래전 그때부터 내 맘에는 찬란한 질주에 대한 동경이, 그 모습을 멋지게 표현하는 배우의 동경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래전.

기병 cavalry를 구글에 칩니다. 영어로.

cavalry을 치자 많은 문서가 영어로 올라옵니다.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지 또 마음을 먹습니다. 8월이 지나면, 9월이 되면, 가을이 되면. 시작해야지 헛된 약속을 나에게 합니다. 헛 된 약속이라도 위안이 된다면.

cavalry charge라는 단어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그 단어를 클릭하자 말 탄 기병들의 이미지 펼쳐집니다.

기병 돌격, cavalry charge는 기병 돌격을 뜻 하나 봅니다. 유튜브를 발견합니다. 3분 20초짜리 나팔소리로 시작되는 월리엄텔 서곡. 너무나 귀에 익은 음악입니다. 기병 돌격에 대한 주제곡이 있다니 신기하게 듣습니다.

그리고 풀 버전 12분짜리를 찾았습니다.

로시니 월리엄텔 서곡. Rossini William Tell Overture

https://www.youtube.com/watch?v=moi6JH_eeCw

서곡의 시작은 아주 잔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깊고 고요한 초원의 배경이 들립니다. 너무나 슬픔. 어떤 돌격도 살기 위해 뒤로 향 할 수는 없습니다. 오직 죽음을 향해, 앞으로 만 있습니다. 돌격의 시작은 처연하게, 음악도 처연하게. 그리고 마직막 3분은 경쾌합니다.

나에게는 말 하나, 몸뚱이 하나뿐.

경쾌한 돌격. 경쾌한 죽음.

달리자 죽음을 향해.



두 번째 질문, 글을 쓰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나에게 구원이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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