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음에 물을 주었나요?
겨울이 시작되는 어느 11월,
내 마음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도무지 하루를 시작하기가 싫어 침대를 벗어나기가 너무 힘들고,
신나는 일은커녕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이따금씩 머리가 아프며 가슴이 답답했다.
하루종일 모든 일을 마지못해 꾸역꾸역 하고 있는 날이 반복되자
'어.. 이상하다.. 내가 왜 이러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게 우울증인가..?'
문득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아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을 찾아보니 진료대기만 한 달이었다.
'별 일 아닌데 그냥 요 며칠 예민한게 아닐까?' 싶다가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으로 한달을 버티다가
결국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그제서야 예약을 걸었다.
한 달짜리 예약 대기를 어쩔 수 없이 마냥 기다려보며,
'그냥 이러다 어느새 알아서 낫지 않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뭐가 문제인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 예약 날짜가 되어도 결국 나아지지 않아
용기를 내어 가보니 흔한 우울증상이라며 짧은 상담 후 약을 받아 나왔다.
다음 진료까지는 2주.
'감기약은 보통 3일치 주면 다 먹지도 않고 낫는데, 2주??'
생각보다 많이 주셨다고 느꼈다.
금방 낫겠지라는 생각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약을 열심히 챙겨 먹었는데,
왠걸, 일주일째 아무 변화가 없다.
여전히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고 시리면서 종종 가슴이 답답하며 무기력하다.
결국 다음 진료 시간이 다가와 여쭤보니,
"2~3주 정도는 꾸준히 먹어야 몸 속에 약이 누적되어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또한 환자마다 경과를 보며 양을 조절해 봐야하고,
환자분께서는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 같으니, 적어도 12주 정도는 소요될 것입니다."
라고 설명해주셨다.
진통제나 해열제처럼 우울증도 약을 먹으면 바로 기분이 막 좋아지고 해결될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딱 치료 되는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교내 상담센터를 1년간 다니고서야
스스로 많이 나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문득,
우리 집 거실에는 엄마가 돌보시는 화단이 있는데,
오늘 화분에 물을 준다고 갑자기 내일 잎이 더 생기거나 꽃이 갑자기 피지 않는다.
매일 꾸준히 잘 돌봐주어야만 며칠, 몇 주가 지나 어느새 쑥쑥 자라 있다.
반대로 물을 주지 않는다고 하루만에 확 시들지도 않는다.
하지만 방심하고, 며칠만 신경 쓰지 못하면 어느새 매말라 시들고 잎이 떨어지려한다.
마치 어느샌가 시들었다가 다시 싱싱해지는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하루 하루의 경험과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정말 조금씩 시들거나 자라난다.
그러니 꾸준히 돌봐주어야 한다.
혹시 마음의 병이 생겼다면 꽤 오랜 시간 잘 돌봐주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이상함을 느낀 지금이라도,
잠깐 멈추어
여유를 갖고 그동안 내 마음이 시든 이유를 곰곰이 들여다보자.
내 마음은 지금 어떠한지 살펴주자
불안한지, 좌절했는지, 분노인지, 패배감을 느끼는지, 두려운지, 우울한지, 공허한지, 무기력한지
어떻게 시들었는지
따가운 상처를 살살 어루만지며 모양과 깊이를 가늠해보자.
너무 아프고 도저히 모르겠다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도 좋다.
병원은 아플 때 오라고 있는 곳이니까.
시든 내 마음이 확인되었으면, 다시 차근차근 돌봐주자.
매일 꾸준히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운 나만을 위한 시간을 선물해 주자.
짧아도 괜찮다.
별 거 아니어도 괜찮다.
누구나에게 행복은 그 순간 자체로 소중하니까.
시든 꽃에 물을 주듯, 하루만에 바로 낫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매일 소중히 돌보면 문득 언제 이렇게 싱싱해졌지 하는 순간이 온다.
오늘 마음에 물을 주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