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에 이르기까지
인지혁명 파트 (30 ~ 130 pg) 발췌 및 요약 그리고 감상평까지
생물학자들은 생물을 종으로 분류한다. 서로 교배를 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번식 가능한 후손을 낳으면 된다. 같은 '과, family'에 속하는 모든 동물은 동일한 선조의 후손이다. 호모 사피엔스도 마찬가지로 하나의 '과'에 속한다. 우리는 거대 영장류라는 크고 유달리 시끄러운 과의 한 일원으로, 현생종들 중 우리와 가까운 친척으로는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이 있고, 가장 가까운 것은 침팬지다. 침팬지와는 6백만 년 전 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졌다.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동부 아프리카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하여, 유럽과 서부 아시아의 인류는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탈인), 아시아의 동쪽에는 호모 에렉투스가 살았다. 모두 호모 속에 속해 모두가 인간으로, 2백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지구에는 다양한 인간 종이 동시에 살았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우리 종(호모 사피엔스)의 '범죄'를 암시하는 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진화과정에서 큰 뇌가 선호되는 것을 당연한 일로 믿지만, 그렇다면 지금쯤 고양이과에서도 미적분을 할 수 있는 개체가 출현했을 것이고, 개구리는 지금쯤 나름의 우주계획을 출범시켰어야 한다. 실상은, 커다란 뇌는 자원을 고갈시키는 밑 빠진 독이다. 뇌가 소모하는 에너지는 신체가 휴식 상태일 때 전체의 25퍼센트나 된다. 고인류는 뇌가 커지면서 두 가지 대가를 지불했다. 식량을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고, 근육이 퇴화했다. 근육에 쓸 에너지를 뉴런에 투입한 것이다.
큰 뇌와 더불어 인간의 또 다른 이례적 특징은 직립보행이다. 이동에 쓰이지 않게 된 팔은 다른 용도, 복잡한 도구를 만들고 쓸 수 있게 진화하였다. 그런데, 직립보행은 단점이 있다. 유달리 커다란 두개골을 골격이 비계처럼 지탱해야 했기에, 인간 은 높은 시야와 부지런한 손을 얻은 대가로 오늘날 허리가 아프고 목이 뻣뻣해졌다.
여성은 더 큰 비용을 치렀는데, 똑바로 서서 걸으려면 엉덩이가 좁아야 하므로 아기가 나오는 길도 좁아지기 때문에, 아기의 뇌와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유연할 때 일찍 출산하는 여성이 더 살아남기 쉬웠고, 더 많은 아기를 낳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연선택은 이른 출산을 선호했고,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인간은 생명유지에 필요한 많은 시스템이 덜 발달된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인간의 사회적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덕이요, 특유의 사회적 문제를 안게 된 것도 이 탓이다.
생태계에서 뇌가 크고 도구를 사용하며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복잡한 사회적 구조를 갖추면 크게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2백만 년 간 먹이사슬에서 호모 속이 차지하는 위치는 극히 최근까지도 중간이었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정점으로 뛰어오른 것은 불과 1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면서부터였다.
이는 진화적으로 굉장히 짧은 시간이다.
사자나 상어는 수백만 년에 걸쳐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랐기 때문에, 생태계는 사자나 상어가 지나친 파괴를 일으키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 사자의 포식 능력이 커지자 가젤은 더 빨리 달리는 쪽으로 진화했고, 하이에나는 협동을 더 잘하게 되었고, 코뿔소는 더욱 사나워졌다.
이에 비해 인간은 너무나 빨리 정점에 올라, 생태계가 그에 맞춰 적응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인간 자신도 적응에 실패했다.
사피엔스는 중남미 후진국의 독재자에 가깝다. (작가 의견)
인간은 최근까지도 사바나의 패배자로 지냈기 때문에, 자신의 지위에 대한 공포와 걱정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때문에 두 배로 잔인하고 위험해졌다.
먹이사슬의 최정점으로 올라서는 핵심단계는 불을 길들인 것이었다. 침팬지는 날것을 씹어 먹느라 하루 다섯 시간을 소모하지만 사람은 익힌 음식을 먹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동물의 힘은 대개 신체에서 나오기에, 자연 현상(파도, 바람)을 이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독수리가 상승기류를 타고 높이 떠오를 수 있지만, 상승기류의 발생 장소를 통제할 수는 없으며 오직 제 날개 길이만큼만 기류의 덕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불을 일으키는 장소와 시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용도로 불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가 불을 도구로써 사용한 것은, 여러 인간 종들(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데니소바인) 중, 사피엔스만 남게 된 것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배 이론과 교체 이론 두 가지가 대두되며, 작가가 내세우는 가능성은 사피엔스가 이들을 멸종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기술과 사회적 기능이 우수한 덕분에 사냥과 채취에 더 능숙했고,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 있어 폭력과 대량학살이 이루어졌을 수 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지난 1만 년간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간 종이었고, 그 성공비결에 대한 가장 그럴싸한 해답은 바로 이런 런 논쟁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다.
15만 년 전부터 살아온 사피엔스는 7만 년 전, 매우 특별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무리를 지어 아프리카를 벗어난 것이다.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까지 배, 기름등잔, 활과 화살, 바늘, 예술품이나 장신구를 발명했다. 이는, 종교와 상업, 사회의 계층화가 일어났다는 최초의 명백한 증거이다.
작가가 지칭하는 '인지혁명'은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에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말한다. 이에 대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론은 우연히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가 사피엔스의 뇌의 내부 배선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지식의 나무(창세기의 선악과가 열리는 에덴동산의 나무) 돌연변이'라고 지칭한다.
우리 언어의 특별한 점은 놀라울 정도로 유연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개수의 소리와 기호를 연결해 무한한 개수의 문장을 만들고 막대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저장하며 소통할 수 있다(강변에 사자가 있다 이론). 정보 전달적 역할과 더불어 사회적 동물로서 소문을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기 위해 인간의 언어는 진화했다고도 본다(뒷담화 이론). 누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있으면 작은 무리는 더 큰 무리로 확대될 수 있다.
사자나 사람에 대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우리 언어의 진정한 특이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조심해 사자야' 대신, '사자는 우리 부족의 수호령이다'라는 식의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허구적 소통 덕분에 우리는 단순한 상상을 넘어서 집단적으로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신화들 덕분에 사피엔스는 많은 숫자가 모여 유연하게 협력하는 유례없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과학적 연구 결과,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라고 밝혀졌다. 자연적 집단은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규모가 너무 커지면 사회적 질서가 불안정해지고 무리가 쪼개지게 된다. 이러한 한계에 대한 돌파구는,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는 공통의 국가적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사법체계는 공통의 법적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회사는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환상, 법적인 허구이다. 물리적 실체가 아니지만, '유한 회사'라는 법적 실체로서 존재한다. 유한회사를 일컫는 기술적 용어는 corporation(법인, 기업)인데, 이는 아이러니다. 그 어원인 corpus는 몸이라는 뜻인데 법인에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실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우리는 기업을 마치 뼈와 살을 가진 인간처럼 법인(法人)으로 취급한다.
효과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이야기를 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남들이 그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게 어렵다. 그러나,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만들어진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러한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은 사자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유할 수 있었지만, 픽션을 창작할 능력이 없어 대규모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없었다. 이것이 사피엔스가 대신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이다. 그 증거는 대양을 넘나드는 교역의 흔적(교역은 신뢰 없이 존재할 수 없는데, 모르는 사람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과 협력적 사냥기술의 흔적(야생마 같은 동물 떼 전체를 에워싸고 좁은 협곡으로 몰아넣어 대량 학살한 흔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이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된 요소가 되었고, 문화의 등장 이후 멈출 수 없는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었다.
인간은 교역망이나 대중적 축하행사, 정치제도 등의 질서 있는 패턴을 함께 창조했다. 혼자서는 결코 만들 수 없었던 것들을 말이다. 우리와 침팬지의 진정한 차이는 수많은 개인과 가족과 집단을 결속하는 가공의 접착제에 있다.
인지혁명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연세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다. 각자의 아주 좁은 전문 영역에 대해서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할 테지만,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다른 방대한 영역에서는 다른 전문가들의 도움에 맹목적으로 의존한다. 농업과 산업이 발달하자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기술에 더 많이 의존할 수 있게 되었고, '바보들을 위한 생태적 지위' 또한 새롭게 생겨났다.
칼라히리 사막 사람들은 주 평균 35~45 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다. 이들은 사흘에 한 번밖에 사냥에 나서지 않으며 채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하루 3~6시간에 불과하다. 이 시기의 인류는 건강에 유익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고, 주당 일하는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으며, 전염병도 드물었으니,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는 농경 이전 수렵채집 사회를 '최초의 풍요사회'라고 불렀다. 그러나, 전인류적 행복에 관한 관점에서는, 어린이 사망률과 사소한 원인의 사망률이 높았으며, 무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은 버려지거나 죽는 경우가 많았다.
인지혁명 이전의 인간 종은 모두가 아프로아시아 (아프리카 + 아시아의 고대륙)에만 살았는데, 인지혁명 이후 항해사회가 발전하여 호주에도 정착하였다. 하필 그 시기가 호주의 대형동물이 멸종 시기와 겹쳐 사피엔스는 대멸종의 원인 후보 1순위로 급부상한다. 해당 시기 기후변화는 급격하지 않았고, 해상은 제외된 육상 대형동물군만 사라졌으며, 호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정착할 때마다 대량멸종이 거듭거듭 벌어졌기 때문이다.
인지혁명 시점의 2백 속 정도의 대형동물은 호모 사피엔스의 농업혁명 즈음 1백 속 정도가 남게 되었다. 바퀴, 문자, 금속도구를 발명하기 한참 전부터 지구 대형동물의 절반가량을 멸종으로 몰아간 것이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는다고 작가는 어필하며, 인지혁명 파트는 마무리된다.
작가는 인지혁명이 일어난 경위로 사피엔스만의 허구적 이야기 능력을 매우 흥미롭게 설명한다.
사피엔스만의 언어적 협력적 능력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인상적인데, 아직 그 기작에 대한 설명이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뿐이라는 점은 추후에 밝혀질 연구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그리고, 인지혁명 과정과 그 결과에 있어, 하나의 인간 종만 남은 사실과 대형동물들의 대량 멸종 시나리오, 자연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통제 등 인류 안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약간 따가운 시선도 느껴진다.
이미 진행 중인 역사의 흐름 안에 태어난 이상
한 명의 호모 사피엔스 개인으로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믿고,
어떤 이야기에 속하여,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