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간] 스페인③: 바르셀로나

by onebirdme

스페인 여행기 2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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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매력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각 도시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는 것.

안달루시아의 일부를 담은 채 마주한 바르셀로나는 살아있는(alive) 그 자체였다.

밤낮없이 미친 듯이 놀았던 2016년의 바르셀로나의 추억은 강렬했고, 그만큼 꼭 다시 오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기다려졌고 기대가 되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운 좋게 바로 버스를 타고 내려 숙소에 도착했다.

스물 중반에 떠났던 유럽여행은 경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호스텔을 전전긍긍하며 다녔는데, 내심 어엿한 사회인이 된 느낌을 받기도 하고 이래서 돈 버는 거지 싶기도 했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호텔 Cien. 추석연휴 성수기라 그런지 그나마 호텔 중 저렴한 편인데도 가격이 30만원 이상일 정도로 사악했다. 그래도 이 호텔의 가장 좋았던 점은 바르셀로나 맛집 비니투스(Vinitus)가 도보 2분 거리라는 것!!!

* 화장실에 창문이 없던 것만 빼면 다 좋았던 호텔 Cien

호텔에서 짐을 정리하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미리 알아본 맛집 리스트 중 엘 글롭(El Glop)을 찾아 떠났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먹은 첫끼는 먹물빠에야와 감바스! 그리고 샹그리아 한 잔(난 한 모금..ㅎ)

기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첫맛이 혀 끝에 감도는데.. 그 이유는.. 한 입 먹은 순간 그 이후로 미각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ㅎ 정황상 아마 코로나에 걸렸던 것이 아닐까 싶은 추측이 들기도..ㅎ

* 바르셀로나에서의 첫끼, 먹물 빠에야와 감바스


아직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첫맛을 느껴봤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나름대로의 맛있는 저녁을 먹고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바르셀로나의 분위기를 탐색하며 첫날을 보냈다.



이전 날, 혹시나 싶어 사그라다 파밀리아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웬열 다 매진이었다. 감히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위력을 우습게 생각했다..* 여행만큼은 P처럼 살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엔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 도무지 J의 습성이 사라지질 못한다ㅋㅋㅋㅋ


나름의 대처방안으로 어떤 업체에서 취소티켓을 구해주기를 기다렸는데, 그 마저 당일 오전까지 연락이 오지 않아 '우리가 스스로 취소표를 줍자!'라는 마음으로 결의를 다지며 아침에 광클을 시전 했다. 그리고 예히의 빠른 손놀림 덕분에 무려 타워까지 포함된 입장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업체에서도 연락이 왔다ㅋㅋㅋㅋㅋ 더 이상 취소도 안되어서 아침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보자! 라며 ‘탄생과 순교를 둘 다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아~~’를 외치며 빠른 준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이튿날의 바르셀로나 날씨도 환상이었다.

한국에서는 파리도 춥다고 했으니까 바르셀로나도 분명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을 옷을 잔뜩 챙겼는데, 아주 큰 오산이었다. 땀을 이렇게 흘릴 수가 없었다.

말라가에서 산 빵을 먹으며 매트로도 무사히 탑승하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에 도착했다.


여행을 마무리한 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 넘은 지금, 여전히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마주한 첫 감정이 또렷하다. 역 출구계단을 올라가자마자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를 잔뜩 감싸고 있었는데, 이런 웅장함은 처음이었다. “헤엑!!!!!!”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우리뿐만 아니라 국적과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같은 반응이었다.

* 역 계단을 올라가 뒤를 돌아보면, 웅장함이 시작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모든 조각품과 건축물은 신앙과 자연 그 자체다. ‘예수의 탄생’에 맞게 대성당 스테인글라스에 투영된 햇살은 ‘파란빛’으로 깔리고,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은 나무가 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 아침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타워를 올라가는 시간이 촉박해서 오후에 제대로 느껴보기로 하고 여운을 둔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직 공사 중인 다른 출입구와 열대과일들, 십자가, 바르셀로나의 전경까지 아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을 볼 수 있어 색다른 느낌이었다. 내려갈 때 손잡이도 없는 계단으로 걸어가야 하는 것이 좀 무서웠지만...ㅎ 그래도 올라오길 잘했다!

* 다시 봐도 올라오길 잘했다.


-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여행기는 오후에도 계속됩니다. -


아침부터 부지런히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갔다가 오후에 재방문을 하기 전, 그것도 가장 뜨거운 시간에 우리는 버스를 타고 걷고 또 걸어서 구엘공원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지 싶은데, 원래 여행이란 조금은 미쳐있고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예약하면서 이러다 구엘공원도 못 가겠다 싶어 부랴부랴 예약해서 다녀왔다. 이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상승한다.

입구로 들어와 태양 빛을 그대로 맞으며 핑크빛의 가우디의 집부터 헨젤과 그레텔스러운 관리실까지 크게 한 바퀴를 돌며 산책을 했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예쁜 모자이크 타일과 파도 동굴, 빗물을 땅으로 흘려보내 정수하는 기둥과 도마뱀, 구엘의 집이었던 초등학교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는 아이들까지.. 역시 가우디는 가우디고 이런 공원을 갖고 있는 바르셀로나가 더욱 좋아졌다.

대저택 마을이 될 뻔했던 이곳이 눈도 마음도 즐거운 공원으로 남아있기에 한편으론 다행이지 싶다.


* 구엘공원 모음.zip


갈증과 배고픔에 모든 에너지를 잃어갈 때즈음 <CICLOPE>이라는 카페에 갔다. 우선 먹먹해진 목을 달래기 위해 레몬맥주와 딸기주스를 벌컥벌컥 마시고, 2차로 햄버거와 엠파나다를 먹었다. 엠파나다가 바삭 쫀득하니 맛있었다.

* 시원함과 맛으로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카페


아침부터 갑자기 움직인 덕분에 많은 일정을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는 쨍쨍했다. 우리는 배부름을 안고 오후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러 다시 걸음을 떼었다. 입장시간까지 여유 있게 도착해서 포토스팟인 가우디 공원과 출입구에서 사진도 찍었다.

* 오늘만 두 번째, 오후에 다시 보니 더 좋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


오후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순교의 붉은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한 폭의 일몰 같기도 하면서 더 엄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글로 되어있는 주기도문의 일부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옵소서.'


미사석에 앉아 오랜만에 기도도 드리고 있는 잠시동안 그대로의 경이로움을 온전히 느꼈다.

* 오후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한 바퀴를 돌아 수난의 파사드로 향했다. 수난의 파사드를 보고 있자면 과연 돌로 만든 성경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떠올릴 수밖에 없다. 각 조각상들이 말해주는 성경의 이야기도 엄청날뿐더러 특히, 예수님의 가시면류관이 하얀 대리석으로 표현되었다는 것, 십자가 위에 부활한 예수가 내려다보고 이 있는 조각상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 돌로 만든 성경 그 자체


출구로 나가는 길, 건축 설계 원리와 설계를 볼 수 있는 박물관까지 둘러보며 사그라다 파밀리아 오전-오후 투어를 마무리했다.


메트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고단해진 몸을 뉘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저녁 9시가 훌쩍 넘었다...ㅎ 아침에 못 잔 잠을 다 잔 듯하다. 한껏 개운해진 컨디션으로 숙소 밖을 나서서 비니투스(VINITUS)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첫날, 숙소 앞 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저긴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도 이미 알고 있던 그 '비니투스'였다.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우리는 저녁 10시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20분을 기다리다가 들어갈 수 있었다. 먼저 대기하는 팀이 많지 않다는 것, 그리고 지금 선선한 기온의 저녁과 가로등 불빛, 앉아서 쉴 벤치가 있는 바르셀로나에 있다는 것이 기다림 마저 즐거움과 설렘으로 만들어주었다.

* 기다림 마저 즐거웠던 시간


이 날,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우에보스 까브레아오스(Huevos cabreaos), 꿀대구(Codish with honey alioli), 맛조개(Navajas), 끌라라, 콜라! 소식좌 2명이 많이도 시켰지만 전부 엄청 맛있어서 샹그리아랑 타파스까지 추가로 주문했다. 알콜에 취약한 나는 무조건 논알콜이지만 예히의 말에 따르면 "스페인=끌라라"라고 한다. 나는 달걀과 토마토소스(?), 감자튀김을 섞은 듯한 우에보스 까브레아오스를 처음 먹어봤는데 아직도 그 맛이 잊히질 않는다. 아! 여전히 또 먹고 싶다!!!!

* 바르셀로나를 깊이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식사


비니투스가 더 좋아졌던 이유는 음식도 있지만 분위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 대화와 여유가 있는 식사, 바로 옆 테이블 손님의 생일을 기꺼이 축하하고 인사할 수 있던 스며듦. 여행의 미학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덕분에 우리의 식사는 새벽 1시가 다 되어서 마무리되었고 아쉬움으로 이 밤을 보낼 수는 없기에 근처 BAR에 가서 모히또 한 잔을 마시고 가득 채운 이튿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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