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이지만 번잡스럽지 않은 곳, 우리가 가고 싶었던 근교를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적당한 중간 지점, 사진만 봐도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우리를 말라가로 이끌었다.
시차계산의 오류로 곧장 마드리드 공항에서 아토차역, 아토차역에서 말라가 가는 렌페를 기다렸다.
203번 버스를 타고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서는 내내 '와.. 스페인이다..'라는 설렘으로 눈을 떼지 못했다.
* 마드리드 아토차역
생각보다 빠르게 아토차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짐들을 끌고 밖을 돌아다닐 수 없기에 아토차역사 안에서 엘리멘탈을 보며 열차시간을 기다렸다. 아토차역이 꽤나 커서 렌페 탑승위치를 찾는 데에도 꽤나 애를 먹었다. 헤매고 헤매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물어봐서 제대로 된 위치를 찾았다..!
* 스쳐가는 마드리드, 말라가로 출발
렌페는 우리나라 KTX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한적함을 느끼며 드디어 말라가에 도착했다.
확실히 남부라 그런지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시원해지는 게 확연히 차이가 있었고 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생각보다 더 여름이었다.
드디어 우리가 예약한 에어비앤비에 도착! 휴양지는 역시 에어비앤비가 최고다.
구시가지 내에 있는 접근성부터 햇살과 테라스, 아기자기하면서도 깔끔한 인테리어, 웰컴 와인기프트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집주인분이 옆 건물에서 와인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가보지 못해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 3박 4일 말라가에서의 보금자리
짐을 정리하고 씻고 정비를 하고 제대로 말라가를 담기 위해 숙소 밖을 나섰다. 구시가지 골목골목마다 정말 예뻤고 상점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정시마다 종이 울리는 대성당을 지나 말라가 항구에 도착했다.
* 말라가 대성당과 구시가지 골목
말라가 항구 산책로에는 어디서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들이 곳곳마다 있어 앉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있어도, 여럿이 있어도 그 나름대로 좋은 곳.
펼쳐진 지중해를 바라보며 때로는 잡념을 훌훌 털어 바다에 실어 보내기도, 어느 때에는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기도 하겠지.
* 가만히 있기만 해도 평온해지는 말라가 항구
한국에서부터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여행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코카콜라를 먹고 살아난 나.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항구를 걷다가 미리 눈여겨놨던 크루즈도 발견했다. 안 그래도 말라가에서 꼭 타고 싶었는데 때마침 시간이 딱 일몰을 볼 수 있는 마지막 타임이라 현장에서 바로 예약하고 마저 항구도로를 거닐어 말라게타 해변에 도착했다.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게 너무나도 아쉬웠고 벌써부터 말라가가 짧게 느껴져 더더욱 아쉬웠다. 다음에는 꼭 여기서 하루종일 수영하고 책도 읽어야지.
* 말라가에 꼭 다시 와야 하는 이유
다시 크루즈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크루즈에 탑승했다.
일몰 크루즈라니! 미리 찜해두었던 자리에 앉아 말라가를 즐겼다. 점점 들어가는 해와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하늘로 떠오르는 비행기의 역광이 예술이었다.
몇 분간 멈춰서 서로의 사진을 찍고 바닷물에 비치는 석양빛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또 좋았다.
* 첫째날에 타서 더 좋았던 일몰 크루즈
돌아오니 밤이 되었다.
확실히 스페인은 밤에 더 활기가 넘친다. 말라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또 다른 말라가의 분위기를 느끼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 말라가의 밤
안달루시아를 다녀온 사람들 모두가 추천한 그라나다. 그러나 우리는 스페인의 일정이 넉넉하지 않기도 했고 왕의 오솔길이 가장 핵심이라 고민 끝에 당일치기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고단한 몸을 뉘어 나름 푹 자고 새벽에 일어나 그라나다에 갈 준비를 했다. 보통 여행할 때 아침에 움직이지 않는 편인데 일정을 계획하다 보니 부지런을 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촉박해서 늦는 거 아닌가 불안하던 찰나에 운 좋게 바로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 그라나다로 가는 길, 말라가 구시가지의 새벽
ALSA버스를 타고 그라나다로 가는 길, 오전 8시가 되어도 창밖은 여전히 어둠이 가득했다. 1시간 30분을 달려 거의 도착했을 때 즈음 환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알람브라 궁전 입장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어서 원래는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고.. 내려서 입구로 들어가는 길까지 잃어 우린 결국 지각을 했다.
* 길은 잃었지만 상쾌하네!
입구에 들어섰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입구들이 어찌나 많던지! 총총걸음으로 3번의 입구컷 끝에 나사리 궁전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와 같은 지각자(?)들이 함께 입장대기하며 혹시나 안 들여보내줄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국분을 만나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한국인 여행자분은 전 날에 투어로 오고 너무 좋아서 또 왔다고 하셨다. 선한 마음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신 덕분에 함께 다니며 사진도 찍고 여러 설명을 들으며 여행인연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타지에서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 정의의 문, 나사리 궁전에서 보는 전경, 알람브라
붉은 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알람브라 궁전.
우르르 몰려다니는 걸 선호하지 않아 오디오가이드를 들으며 다녔는데 나름 유용했다. 딱 봐도 이슬람 분위기가 느껴져서 신기하기도 하고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타일 문양부터 건축구조까지 모든 것에 의미가 담겨 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전경도 좋았지만 정원이 예술이었다.
* 이슬람 양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알람브라 궁전
더위를 식히기 위해 폴라포 비슷한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정말 맛있다.
* 지금도 생각나는 맛
알카사바 전망대에서 처음으로 안달루시아 국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알게 되었고 예나 지금이나 집으로 계급이 정해지는 것도 비슷하구나 싶었다. 이렇게 우리만의 투어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나섰다.
* 알카사바 그리고 국기
버스를 타고 나가, 예히가 찾은 맛집 <La botilleria>에 갔다. 예약을 안 하고 갔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어서 안내를 받았다. 허기졌던 우리는 새우리조또와 스테이크, 감자녹두전 같은 음식과 끌라라 2잔을 주문했다. 내 기준 가장 맛있었던 건 감자 녹두전..! 스테이크는 거의 염전 수준이라 몇 점 먹지도 못했다.
* 꼭 꼭 약속해,, 배고프다고 많이 시키지 않기!!
식사를 마치고 그라나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골목들 곳곳에도 붉은빛을 발견하고 이슬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발과 두 눈으로 그라나다의 시내를 담으며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그라나다 일정을 마무리했다.
* 그라나다 시내에서
다시 ALSA버스를 타고 말라가에 왔다. 고작 하루 머물렀는데 근교를 다녀오니 괜스레 집에 돌아온 듯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둘째 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타투를 하러 갔다. 한국에서부터 말라가에서 피카소 그림 또는 명언으로 타투를 하고 싶어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연락도 하고 예약도 잡아두었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타투샵 근처 카페에 먼저 가있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찍고 가는데 점점 로컬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관광객이 여기 왜 들어왔지?' 하는 눈빛을 받기도 해서 당시엔 조금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론 현지에 더 가까이 스며드는 느낌에 설레기도 했다. 여행을 기록하는 지금, 겁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우리의 용기와 한껏 긴장한 모습이 함께 떠올라 웃음이 난다.
그렇게 무작정 발견한 <Cafeteria Los Villares>에서 음료를 시키고 야외에 자리를 잡았다. 유럽에서는 야외가 국룰이지.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 할머니와 할아버지, 지나가다 마주친 지인들 간 안부인사 그리고 자연스러운 합석까지, 이게 사람 사는 거지 싶었다. 사람 냄새가 나는 로컬카페 덕분에 말라가의 기억이 더 포근하게 남는다.
카페에서 나와 근처 산책을 하고 드디어 예약시간이 다 되어 @alanaitatoo 타투샵에 도착했다. 내 손으로 직접 쓴 문장을 새겼다.
"Todo lo que puedes imaginar es real.(Everything you can imagine is real.)"
: 네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다.
여행지에서의 첫 타투. 우연으로 타투이스트의 이름도 Pablo여서 더 신기했다!
어느덧 깜깜해진 말라가, 랩을 칭칭 감은채 버스를 탄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으며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