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우리를 웃게 하는 소비의 경험
* 인스타그래머블은 instagram과 -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이라는 뜻을 가진 신조어, 말 그대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어지는 아이템이나 공간에 붙여지는 수식어를 말한다.
소위 인기 있는 공간, 전시 그리고 외식공간의 비결을 말할 때,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라는 게 논란이 많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겉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다고요. 최근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사가 덜 된 듯한 카페, 목욕탕 고깃집이 뜨거운 이슈였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인스타그래머블한, 그러니까 인스타 감성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생각이였어요.
공간을 기획할 때,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위에 첫번째 사진의 카페는 테이블도 너무 낮고, 커피를 마실 때 시멘트 돌가루가 느껴질 것 같아요. 두번째 사진의 고깃집은 바닥이며 목욕탕 구조물 때문에 자칫 넘어지면 세상과 작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두 공간 모두 불편함과 불안감의 연상시키는 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분명 공사가 덜 된 듯한 카페들도 사실은 신선하고 감각적인 경험을 고객에서 전하고자 했을 거예요. 다만 전달이 잘못되었을 뿐... 그만큼 긍정적인 고객의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건 어렵다고 생각되는 요즘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인스타그래머블 하진 않지만, 외식 공간에서 느낀 주관적인 저의 긍정적인 경험을 다음과 정리해봤습니다.
#고객 접점(MOT)
고객 접점이란 잠재고객이나 고객이 무언가를 구매하기 전, 구매하는 중, 구매한 후에 브랜드를 접하는 순간을 말하는데요. 음식점으로 예를 들면 인터넷으로 음식점을 서칭 하거나, 주문을 하거나, 음식을 서빙받거나, 결제를 하는 등 고객이 음식점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는 모든 순간을 말할 수 있어요.
특히 외식 공간은 고객 접점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고객이 외식공간, 외식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지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블루보틀과 노티드를 갔다 온 경험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아시다시피 블루보틀과 노티드는 사진 찍기 좋은 곳이에요. 동시에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극악의 웨이팅을 참아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곳은 웨이팅이란 유쾌할 수 없는 경험을 기분 좋게 만든 의도적인 장치들이 있었어요. 블루보틀은 주문 카운터에는 고객의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꽃장식을 두었고요.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둔 노티드는 스티커와 색칠공부 종이를 굿즈처럼 제공했어요. 두 장치는 기분을 엄청나게 좋아지게 만들 순 없더라도 웨이팅으로 지친 마음을 상쇄하기에는 너무 좋은 아이디어 아닐까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묻는다면, 배려심 있는 사람이요.라고 대답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그만큼 배려심이란게 인간관계 기술에 있어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데요. 외식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쌀국수 체인점 미분당을 방문했는데요. 사려 깊은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생각외로 너무 놀랐습니다. 그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우리는 코로나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마스크는 일상이 되었고 식사할 때마다 벗고 다시 쓰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에요. 그리고 밥 먹는 동안 주머니에 넣었다가 바닥에 흘릴까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미분당은 자리에 착석하고 고개를 들면 벽면에 마스크 걸이가 딱 있어요. 그 옆에 머리카락이 긴 분들을 위한 머리끈까지...(머리 기신 분들 식사할 때 불편하신 거 아시죠??) 그리고 미분당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방문한 미분당은 Bar형태의 테이블이었는데요. 다른 Bar 테이블의 쌀국수 집에 방문했을 때, 테이블 위에 쌀국수그릇, 양파절임, 소스 그릇까지 두어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 불편했어요, 하지만 미분당은 소스통을 선반에 두어 편하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시 블루보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할 건데요. 절대 제가 블루보틀과 이해관계로 얽혀있지 않습니다.. 다만 자랑하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서비스를 받았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 브런치 주제를 할지 말지 정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갑자기 블루보틀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블루보틀 성수에 방문했어요. 다행히도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었고요. 주문받을 때 직원이 저의 이름을 물어보더라고요. 음료 나올 때 이름을 불러준다고요. " 아 그렇구나.." 하고 주문한 뒤 영수증을 받았는데, 세상에... 영수증에 저의 이름과 고양이를 그려주었습니다. 마치 이벤트를 받은 기분이었어요.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바리스타가 저의 이름을 불렀을 땐 제 안에는 바리스타와 친밀감이 만개했습니다.
오늘 주제가 인스타그래머블 하진 않지만, 외식 공간에서 느낀 주관적인 저의 긍정적인 경험이었는데요. 원래 의도는 "포토존, 사진 촬영을 위해 억지스럽게 공간을 꾸미지 않아도 고객에게 충분히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 였지만 공교롭게도 저는 사진을 다 찍어놨네요.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나봐요..ㅎㅎ
아울러 방문해서 좋았던 곳을 정리해보니, 더 이상 사는게 재미없고 어딜가도 흥미롭지 않다고 느꼈던 제 자신이 바보같아졌습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느낄 수 있는 것도 많고 알아야 할게 너무나 많은 세상이에요. 열심히 놀러다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혹시 식사하러가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댓글에 같이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