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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Jan 27. 2022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소설)

 - 책 리뷰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 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죽음에서 삶으로 가는 소설, 지극한 사랑 소설, 또는 제주 4.3 사건을 그린 소설이라고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쉽게 지극한 사랑이라고 동의하기란 쉽지 않다. 경하는 친구 인선이라는 가족이 겪은 제주 4.3 사건을 더듬게 된다. 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학살의 이야기. 4.3을 겪은 사람들의 구술과 각종 보도 자료를 수집하고 어머니가 직접 보았던 모든 것에 당혹함과 참혹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록 인선이라는 인물의 어머니와 그의 외갓집과 아버지의 전력으로 만으로도 굴곡진 현대사를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계획을 세우는 인선과 그것을 바라보고 모아둔 자료만으로도 역사의 내상을 입는다.


덮어지고 숨겨진 역사들이 들추어져 우리 앞에 다가올 때마다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사실이었고 그들은 그 시대를 숙명처럼 체험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책을 2014년 6월에 이 책 두 페이지를 쓰고 2018년 세밑에야 그다음을 이어 쓰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과 작가의 삶이 묶여 있던 시간을 칠 년이라고 해야 할지 삼 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작가가 참고한 자료를 기록해 놓았다. 넘치는 자료다. - 숲지기



1. 작가에 대하여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시가,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상문학상(2005)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0) 한국소설문학상(1999), 이상문학상(2005)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1995) '내 여자의 열매'(2000)와 장편소설 '검은 사슴'(1998) '그대의 차가운 손'(2002) '채식주의자'(2007), 그리고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2007)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2009, 개정판) 등이 있다.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5월 16일 한국인 최초 맨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



2. 차례


3. 책 속으로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 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p23)


 건강해 보여도 방심할 수 없어.


아무리 아파도 새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 횃대에 앉아 있대. 포식자들이게 표적 되지 않으려고 본능적으로 견디는 거야. 그러다 횃대에서 떨어지면 이미 늦은 거래.

 (p 112)


자수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전단을 미군 정찰기가 눈보라처럼 뿌린 날에도 이모가 귓속말로 엄마에게 말했데. 전단을 읽고 오빠가 자수할지도 모른다고. 체구가 작아 제 나이로 안 보이니까 내려오다 총을 맞진 않을 거라고. 형제들 중에 제일 눈치가 빠르고 낙살이 좋으니까. 감쪽같이 어리숙한 척을 해서 의심도 안 받을 거라고. (p262)



그 겨울 삼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섬에게 살해되고, 이듬해 여름 육지에서 이십만 명이 살해된 건 우연의 연속이 아니야. 이 섬에 사는 삼십만 명을 다 죽여서라도 공산화를 막으라는 미 군정의 명령이었고, 그걸 실현할 의지와 원한이 장전된 이북 출신 극우 청년단원들이 이 주간의 훈련을 마친 뒤 경찰복과 군복을 입고 섬으로 들어왔고, 해안이 봉쇄되었고, 언론이 통제되었고, 갓난아기의 미리에 총을 겨누는 광기가 허락되었고 오히려 포상되었고, 그렇게 죽은 열 살 미만 아이들이 천오백 명이었고, 

그 전례에 피가 마르기 전에 전쟁이 터졌고, 이 섬에서 했던 그대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추려낸 이십만 명이 트럭으로 운반되었고, 수용되고 총살돼 암매장되었고, 

누구도 유해를 수습하는 게 허락되지 않았어.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휴전된 것뿐이었으니까. 휴전선 너머에 여전히 적이 있었으니까. 낙인찍힌 유족들도, 입을 떼는 순간 적의 편으로 낙인찍힐 다른 모든 사람들도 침묵했으니까.(p317)


4. 숲지기 생각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4.3을 다루면서도 지극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숲 지기의 생각을 뒷 표제 신형철 문학평론가께서 이야기한 일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있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다. 작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딸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해진다. 폭력은 육체의 절멸을 기도하지만 기억은 육체 없이 영원하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죽음을 계속 살아 있게 할 수는 있다. 작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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