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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Jan 28. 2022

좋은 말씀(법정)

-맑고 향기롭게 -


가끔은 고독 속에 나를 버려두어라


스님과 같은 시대에 같이 나누고 살았던 것이 행복이었다. 맑고 향기로운 시대를 밝히고자 했던 스님이다. 어느 산골짜기 바위틈에 자라난 오래된 소나무 같은 스님이었다. 조계산 송광사 다비장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할 때도 침묵이셨다. 가끔 불일암 채소밭에서 호미를 집어 들고 잡풀을 뽑고 계시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불일암 마룻장에 앉아 계시던 그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스님이 떠나신지 12년 만에 스님의 말씀을 글로 듣는다, -숲지기


1. 책 속으로

선행이란 나누는 일입니다. 나눈다는 건 많이 가진 것을 그저 펴 주는 게 아니에요. 나눔이란 가진 사람이 이미 받은 것에 대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보상 행위이고, 감사의 표현입니다, 본래 내 것이란 없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이 우주의, 법계의 선물을 잠시 맡아 가지고 있는 것뿐입니다. (108 p)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려면 자연의 질서를 삶의 원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아낌없이 무상으로 베풀어 왔습니다. (중략)

자연의 신음 소리는 우리의 신음 소리임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소우주이기 때문입니다. (111p)

스님의 책이나 법문에는 자연에 대해서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 스님은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산은 곧 커다란 생명체요. 시들지 않는 영원한 품속이다. 산에는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만이 아니라 거기에는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사상이 있고, 종교가 있다고 말한다. - 숲지기


달과 별을 본다는 것, 그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한 끼 밥을 굶더라도 달과 별을 볼 수 있다면 잘 사는 거예요. 우주의 신비, 밤하늘에 수놓인 아름다움을 통해서 상처받은 우리가 치유됩니다. 낮 동안에 닳아진 우리 심성이 회복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 있습니다.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거듭 감사하십시오.(129p)


행복의 척도는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느냐에 있어요. 행복은 배부른 상태가 아닙니다. 홀가분한 상태에요. 모든 굴레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한 상태, 이것이 행복입니다. 과잉 소비와 포식 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만듭니다. (213p)


새해에는 어떤 원들을 세우셨습니까?

원이 무엇입니까? 욕심하고는 다릅니다. 욕심은 개인적인 것입니다. 사적이고 이기적인 욕망이 욕심입니다. 그러나 원은 나 자신만 아니라 이웃에게까지 덕을 입히는 이타적인 소망입니다. 원은 타인의 구제를 통해서 나 자신도 함께 구제되는 그런 길이에요. (268p)


2. 숲지기 생각

고구마를 캐고 나서 하나를 그냥 두었더니 거기에서 움이 텄어요. 물 컵에 담았더니 싹이 나고 잎이 났어요. 오늘 새벽에 나오면서 보니까 잎이 서른 개나 피었어요. 그걸 창가에 놓고 말을 걸어요. 두런두런 그놈에게 말을 겁니다. 책 368p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사소한 광경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다. 이 얼마나 행복하고 잔잔한 삶인가.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만이라도 여유라는 단어를 기억해 볼 수 있는 글이다. 우리에게 맑고 향기로움을 전하시던 스님이 내뱉은 구절을 음미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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